마스터스의 '이름 없는 출전자'…프로 뺨치는 '회원 마커' 녹스

프로 골프 경기는 동반 선수를 마커라고 부른다.

동반 선수끼리 상대방 스코어카드를 작성하기 때문이다.

2명씩 짝을 지어 경기하는 3, 4라운드 때 출전 선수가 홀수가 될 때 선수 한명은 동반 선수가 없게 된다.

선수는 혼자 경기를 치르기도 하지만 대회 본부는 '임시 마커'를 붙여준다.

선수와 똑같은 조건으로 플레이를 하면서 동반 선수의 페이스 유지를 돕는 '임시 마커'는 대개 대회 개최 코스의 회원이 맡는다.

14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의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이하 오거스타GC)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시즌 첫 번째 메이저대회 마스터스 3라운드에도 '임시 마커'가 등장했다.

컷을 통과한 선수가 65명이라 2명씩 짝을 지으면 1명이 남았다.

관례에 따라 꼴찌로 컷을 통과한 에디 페퍼럴(잉글랜드)은 오거스타 GC 회원 제프 녹스(56)와 함께 3라운드 경기를 치렀다.

공식 티타임 안내서에는 녹스의 이름 대신 '마커'라고 쓰여 있을 뿐이다.

녹스의 캐디가 입은 캐디 수트에도 녹스의 이름은 찾아볼 수 없다.

그는 '이름 없는 출전자'인 셈이다.

그러나 녹스가 1번 홀 티잉그라운드에 올라서자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페퍼럴을 소개할 때보다 응원의 함성이 더 컸다.

그도 그럴 것이 녹스는 이미 마스터스에서는 '전설급' 유명 인사다.

그는 이미 마스터스에서 '임시 마커'로 11년째 나섰다.

게다가 워낙 출중한 골프 실력을 지녀 같이 경기한 선수보다 더 나은 스코어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오거스타GC 회원 가운데 가장 뛰어난 실력을 지닌 녹스는 2003년 회원용 티에서 61타를 친 적도 있다.

2014년 대회 3라운드 때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의 '임시 마커'로 나서 매킬로이보다 1타 적은 2언더파 70타를 친 일은 널리 알려졌다.

퍼트를 잘 하는 녹스는 마스터스를 앞두고 오거스타GC에 연습 라운드를 하러 오는 선수들이 저마다 동반 라운드를 청한다.

올해도 타이거 우즈(미국)와 연습 라운드를 했다.

이날 녹스는 2오버파 74타를 쳤다.

물론 페퍼럴과 똑같은 티에서 경기했다.

다만 페퍼럴이 '넉넉한 기브'를 줬다고 한다.

이날 이븐파 72타를 친 페퍼럴은 "1번 홀 티샷을 날리는 걸 보고 '아, 오늘 만만찮은 상대를 만났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내가 녹스를 앞섰으니 매킬로이보다 나은 건가?"라고 익살을 떨었다.

/연합뉴스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