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단단해진 고진영 '메이저 퀸'까지 넘본다
고진영(24)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진출 2년 만에 약점 없는 ‘올 라운드 플레이어’로 거듭나고 있다. 올 시즌 참가한 거의 모든 대회에서 우승 경쟁을 하더니 메이저 타이틀까지 따낼 기세다. 자신만의 독특한 스윙으로 LPGA투어 2년차에 US여자오픈을 제패하며 ‘골프 여제’의 길을 걷기 시작한 박인비(31)의 ‘무심골프’를 떠올리게 한다.

고진영은 5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랜초미라지의 미션힐스CC(파72·6763야드)에서 열린 LPGA투어 시즌 첫 메이저대회 ANA인스퍼레이션(총상금 300만달러) 1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로 3언더파 69타를 적어냈다. 단독 선두 ‘루키’ 앨리 맥도널드(미국·4언더파)와는 1타 차 공동 2위다.

지난달 뱅크오브호프파운더스컵에서 LPGA투어 통산 3승째를 거둔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첫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노린다. 그는 올해 참가한 5개 대회에서 우승 한 번에 2위 두 번, 3위 한 번을 기록하며 상금과 올해의 선수 부문에서 모두 선두를 달리고 있다. 미국, 호주, 태국, 싱가포르 등 매 대회 다른 지역, 다른 코스, 다른 기후에서 대회를 치러 얻어낸 결과다.

거리 대신 정확성…‘마이웨이’ 골프의 힘

고진영은 국내 투어(KLPGA)에서 뛸 때 비거리로 문제를 겪진 않았다. 상위 20위 안팎을 오갔다. 하지만 미국 투어에선 평범하다. 올해 드라이버 평균 비거리가 259.68야드로 이 부문 74위에 머물러 있다. 그럼에도 애써 비거리를 늘리려 하지 않았다.

믿는 구석은 아이언샷이다. 장타자가 즐비한 LPGA투어에서 그는 훨씬 뒤에서 세컨드 샷을 하는 일이 많다. 하지만 홀에 더 가까이 공을 붙인 건 대부분 그였다. 자신감을 얻은 고진영은 이후 비거리를 늘리는 대신 자신있는 아이언샷을 더 갈고닦았다. 고진영의 올 시즌 그린 적중률은 80.28%로 4위다. 온그린 시 평균 퍼팅 수가 4위(1.70타)로 퍼팅 실력도 상위권이다. 이날도 18번의 온그린 기회 중 두 번만 놓치며 90%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여줬다. 주변을 의식하지 않고 샷 정확성과 퍼팅에만 몰두하며 ‘골든 슬래머’에까지 오른 박인비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다.

고진영은 “페어웨이와 그린을 잘 지키고 퍼트 두 번으로 마무리하는 것이 전략이라면 전략이었다”며 “코스에서 행복한 골퍼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는 행복한 골퍼가 되는 방법에 대해 “공이 똑바로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지면 행복해진다”며 환하게 웃었다.

더 단단해진 고진영 '메이저 퀸'까지 넘본다
김효주도 2위…K골프 메이저 탈환 시동

올 시즌 7개 대회에서 4승을 거둔 ‘K골프’는 다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바라보고 있다. 올 시즌 4개 대회에서 ‘톱10’에 세 차례 들며 부활하고 있는 김효주(24)도 고진영과 같은 3언더파를 적어내 공동 2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지난해 6월 메이저대회 US오픈에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에게 연장 접전 끝에 패한 아쉬움을 털어버릴 기회다. 우승하면 2014년 에비앙챔피언십 이후 개인 통산 두 번째 메이저 트로피를 수집한다.

올 시즌 혼다LPGA타일랜드 우승자 양희영(30)과 이미향(26) 등 10명의 선수가 2언더파 공동 6위 그룹으로 선두 경쟁에 나섰다. 세계랭킹 1위 박성현(26)은 1언더파 공동 16위다. 신인왕 경쟁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핫식스’ 이정은(23)도 박성현과 같은 자리에서 역전 우승에 도전한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8개 홀 연장 승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준우승을 기록했던 박인비는 1타를 잃어 공동 42위에 머물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