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위, 3위, 6위, 10위….

해외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남자골프 선수들이 10일(현지시간) 하루 동안 거둔 성적표다. 2017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대상 수상자 자격으로 지난해 유럽무대(EPGA)에 진출한 최진호(35)가 카타르 도하에서 막을 내린 카타르마스터스를 11언더파 공동 2위로 끝내 7만7504달러를 벌어들였다. 곧바로 임성재(21), 강성훈(32), 안병훈(28)이 미국 플로리다주 올랜도에서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전원 톱10’이란 이례적 성적표를 전해왔다. 임성재가 47만3200달러(9언더파 3위), 강성훈이 29만4613달러(8언더파 6위), 안병훈이 20만9300달러(7언더파 10위)를 벌었다.

K브러더스 동시 ‘톱10’ 눈길

골프계가 주목하는 것은 네 선수가 하루 동안 벌어들인 상금 105만4000달러가량이 아니다. 네 명 모두 시즌 개인 최고 성적을 뽑아내며 동시 톱10 진입이란 이례적인 사건을 완성했다는 점이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선 흔한 일이지만, PGA투어 등 해외 남자투어에선 처음 있는 일로 알려졌다. 이번 대회에는 로리 매킬로이(아일랜드), 브룩스 켑카, 필 미컬슨,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 유명 선수들이 대거 출전했다. 장활영 프로(SBS골프 해설위원)는 “한국 선수들이 우승 고지를 향해 조금씩 고점을 높여가고 있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PGA투어에선 2017년 5월 김시우(24)의 플레이어스챔피언십 우승 이후 22개월째, 유럽에선 2017년 1월 왕정훈(24)이 카타르마스터스에서 우승한 이후 26개월째 우승 소식이 끊겼다.

PGA 2부 투어인 웹닷컴 투어에서 상금왕으로 담금질을 끝낸 ‘막내’ 임성재의 최근 상승세가 가장 가팔라보인다. 임성재는 지난 7일부터 10일까지 나흘간 모두 언더파(71-69-71-68)를 치며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베이힐 C&L(파72·7429야드)을 차분하게 공략했다. 그 결과가 투어 데뷔 이후 가장 좋은 공동 3위 성적, 이번 시즌 세 번째 톱10이다. 페덱스컵 랭킹도 22위로 끌어올려 투어 데뷔 동기인 캐머런 챔프(미국·19위)와 신인왕 경쟁 구도를 주도하게 됐다. 먼저 시즌 1승을 챙기며 앞서가던 챔프는 이번 대회에서 커트 탈락했다. 임성재는 특히 지난주 열린 혼다클래식 2라운드에서 6언더파를 쳐 공동 선두에 오르기도 했다. 우승 트로피 수집에 필요한 퍼즐인 ‘몰아치기’ 능력을 증명해 보인 동시에 자신감을 끌어올렸다. 드라이버(정확도 44위), 아이언(정확도 22위)이 두루 좋고, 퍼팅도 21위로 안정적이다.

투어 데뷔 9년차 강성훈의 감도 좋다. 이번 대회 공동 6위를 포함해 톱10에 2회 드는 등 올 시즌 12번 출전해 9번 본선 진출에 성공했다. 지난해 이맘때보다 가파른 상승세다. 강성훈은 “샷감과 퍼트감이 다 좋다. 컨디션이 전반적으로 좋아 다음 대회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드라이버 정확도(12위)에서부터 퍼팅(6위)까지 바짝 날이 선 모양새다.


임성재, 강성훈 디오픈 출전권 겹경사

공동 10위로 이번 시즌 첫 톱10에 진입한 안병훈의 분위기도 좋다. 톱5 진입은 없지만 커트탈락이 없을 정도로 기량이 안정적이다. 그는 2018~2019시즌 7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본선 진출에 성공했고, 7개 대회 모두 40위권 이내에 들었다.

한편 임성재와 강성훈은 이번 대회 성적 우수자 가운데 디오픈 출전권이 없는 상위 3명에게 주는 디오픈 출전 티켓을 따내 경사가 겹쳤다. 대회 우승은 지난해 디오픈 우승자인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차지했다. 우승 상금은 163만8000달러(약 18억6000만원)다. 유럽투어 통산 5승을 쌓은 그는 이번 우승으로 PGA 투어 통산 3승째를 신고하며 PGA투어의 새 강자로 확고한 자리매김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