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 스크린 스포츠 전성시대

한국 특유의 '방 문화'에 참여 스포츠에 대한 요구 결합
테니스·배드민턴·승마·사격 등 종목 가리지 않고 스크린 속으로
스크린야구 1위 '리얼야구존', 작년 전국 매장 200개 돌파

'스마트스크린' 15개 종목 한곳에
스크린 골프 年 5000만명 '굿샷'…볼링·낚시·컬링도 방에서 多 즐긴다

서울 강남역 9번 출구 근처에 있는 스크린 스포츠 복합매장 레전드 히어로즈에는 회사원부터 가족 단위 손님 등 하루 평균 500여 명이 방문한다. 사격, 승마, 컬링 등 평소 접하기 힘든 총 12개 종목을 1만3000원(1시간 기준)에 모두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매장에서 만난 회사원 이승진 씨(38)는 “휴일에 아이와 놀러갈 곳을 생각하다가 미세먼지 등을 생각해 이곳을 찾았다”며 “저렴한 가격으로 운동을 하고 미세먼지도 피해 여러 종목을 즐길 수 있어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가상현실(VR) 기술을 활용하는 스크린 스포츠는 실제와 비슷한 경기 환경을 제공하면서 새로운 놀이문화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센서의 발달로 공의 궤적을 정확히 파악하는 데다 실시간으로 각종 기록과 통계까지 보여주는 등 오락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서울 강남역 인근 복합 스크린 스포츠 공간 ‘레전드 히어로즈’를 찾은 한 커플이 스크린 양궁을 즐기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15일 서울 강남역 인근 복합 스크린 스포츠 공간 ‘레전드 히어로즈’를 찾은 한 커플이 스크린 양궁을 즐기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방 문화’와 ‘참여 스포츠’의 결합

2011년 미국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한국의 ‘방 문화’를 소개하며 “한국인들은 공공장소에선 사회적 순응을 중시하면서도 ‘방’에 들어간 순간 긴장을 푼다”며 “숨가쁘게 돌아가는 도심에서 벗어나 쉴 곳을 찾을 때 방을 찾는다”고 했다. 선조로부터 내려오는 한국 특유의 방 문화와 ‘참여 스포츠’에 대한 요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공간이 바로 스크린 스포츠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종훈 스포츠 평론가는 “주 5일 근무로 여가 시간이 늘어나면서 시간 소비형 산업인 스포츠에 국민의 참여가 활기를 띠었다. 여기에 한국의 ‘방 문화’가 공존하는 곳이 바로 스크린 스포츠”라며 “스크린 스포츠는 또 20~30대의 수입으로는 엄두도 못 내던 골프나 야구에 대한 갈증을 낮은 가격으로 해소하면서 젊은 층과 중장년층을 모두 사로잡았다”고 분석했다.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그래픽=허라미 기자 rami@hankyung.com

15개 종목 모은 복합 시설까지 생겨나

스크린 스포츠는 이제 골프를 넘어 야구, 테니스, 볼링, 낚시, 배드민턴, 승마, 양궁 등 종목을 가리지 않고 영향력을 확장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08년까지 222건이던 가상 스포츠 관련 특허 출원은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38건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2545세대’에게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스크린 야구장은 스크린 골프의 성장세를 빠른 속도로 추격 중이다. 야구는 국내 스포츠 시장 규모로 1위지만 장비와 장소 대여 등 예상외로 큰 지출 때문에 골프와 더불어 진입장벽이 높은 종목으로 꼽혔다. 스크린 야구업계 1위인 리얼야구존은 지난해 중반 매장 200개를 돌파했다. 후발 주자인 골프존뉴딘그룹 계열사 뉴딘콘텐츠의 ‘스트라이크존’도 2016년 2월 출발해 180여 개의 가맹점을 운영 중이다.

‘입질’과 생생한 바다 풍경을 구현해 도심에서 바다낚시를 즐기는 느낌을 구현한 스크린 낚시에 대한 대중의 관심도 급격히 커지고 있다. 낚싯대를 잡아챌 때 느끼는 ‘손맛’이 실제와 거의 흡사하다는 게 이용자들의 소감이다. 최근에는 15개 종목을 한곳에서 즐길 수 있는 나라소프트의 ‘스마트 스크린’처럼 복합 스크린 시설이 생겨나는 등 소비자의 선택 폭이 넓어지는 추세다.

스크린 골프산업 종사자만 4만 명 추정

기하급수적으로 성장하는 스크린 스포츠산업의 발전 속도는 고용 창출 기대도 높이고 있다. 골프존은 스크린 골프 관련 산업 종사자만 4만 명이 넘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18년 한 해 동안 누적 라운드가 5600만 라운드를 넘고 누적 인원은 5000만 명 이상이다. 스크린 골프만 해도 최근 1~2년 새 골프를 새로 시작한 신규 골퍼 중 85.5%가 스크린 골프를 이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스크린 골프장의 파생 시장인 골프용품, 골프장 운영, 시설 관리 등의 규모도 1400억원이 넘어 스크린 골프가 필드 골프와 함께 전체 골프시장을 견인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산업연구원의 분석에 따르면 스크린 골프는 일반 골프장 매출의 30% 수준을 차지하고 있는데, 두 시설 간 가격차를 감안하면 거의 대등한 수준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장철호 골프존 최고기술경영자는 “스크린 골프는 정보통신기술의 융합체로 기술 응용 및 파급을 통해 다양한 파생 시장 발전을 기대할 수 있다”며 “스크린 골프를 넘어 ‘시뮬레이션 스포츠’ 자체의 영역도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김화섭 전 산업연구원 연구위원도 “스크린 스포츠는 접근성이 뛰어난 공간에서 낮은 가격으로 즐길 수 있어 보완재와 대체재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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