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꾼 스윙’을 앞세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무대까지 밟은 최호성(46)의 첫 도전이 아쉽게 커트 탈락으로 마무리됐다. 그러나 미국 팬들의 열광에 힘입어 여러 대회에 초청돼 꾸준히 출전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최호성은 10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의 페블비치골프링크스에서 열린 AT&T 페블비치 프로암(총상금 760만달러) 3라운드에서 버디 3개와 보기 4개, 더블보기 2개를 묶어 5오버파 77타를 쳤다. 사흘 합계 9오버파 224타를 친 최호성은 총 156명의 선수 중 138위에 그쳐 커트 통과 기준인 3언더파에 한참 못 미치는 성적을 냈다. 최호성은 스윙 후 동작이 ‘낚시꾼’을 연상하게 해 ‘피셔맨’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세계 골프계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이번 대회에 초청장을 받아 출전했다. 하지만 한국 및 일본과 현격히 차이가 나는 그린 스피드 등에 고전하다 일찍 짐을 싸야 했다.

최호성의 도전은 비록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그를 향한 반응은 대회 기간 내내 뜨거웠다. 사흘간 경기 후 인터뷰 요청이 몰려들었다. 동반 플레이어인 제리 켈리(미국), 함께 경기한 배우 크리스 오도널과 미국프로풋볼(NFL) 스타 에런 로저스를 비롯해 많은 사람에게 플레이 및 매너에 관한 호평을 받았다. 최호성은 경기가 끝난 뒤 이들에게 자신의 피셔맨 스윙이 새겨진 헤드 커버를 선물하기도 했다.

최호성은 경기 후 “오늘 손도 얼고 콧물도 나고 어려움이 있었는데도 많은 팬이 격려해주고 응원해줘 좋았다”며 “여러 가지 경험 중 특히 그린이 어려웠다. 17번홀에선 30~40㎝ 정도 되는 퍼트도 황당하게 가는 걸 보니 어렵더라”고 돌아봤다.

최호성은 “이후 스케줄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존디어클래식을 비롯한 몇몇 PGA투어 대회가 최호성의 초청을 진지하게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호성은 “정확히 어떤 대회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불러만 주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이겠다”고 강조했다.

폴 케이시(잉글랜드)가 15언더파 200타로 단독선두에 나섰다. 이 대회에서 네 차례 우승 경험이 있는 필 미컬슨(미국)이 12언더파 203타로 케이시를 추격 중이다. 한국 선수 중에선 김시우(24)가 9언더파 공동 7위로 선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