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 다시 感잡나…"다 내려놓고 쳤더니 잘 풀리네"
“될 대로 되라는 마음으로 막 쳤는데 스코어가 잘 나오네요.”

배상문(33·사진)은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인근 라호야의 토리파인스GC(파72)에서 열린 2018~2019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파머스인슈어런스오픈(총상금 710만달러) 1라운드를 마치고 나온 뒤 멋쩍게 웃었다. 북(north)코스에서 대회를 시작한 그는 이날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묶어 4타를 줄였다. 4언더파 68타는 그가 올 시즌 적어낸 1라운드 성적 중 가장 좋은 스코어다.

그동안 겪어온 마음고생이 축 처진 어깨에 실려 있었다. PGA투어 2승에 빛나는 그는 군 전역 후 지난 시즌 복귀했다가 시드를 잃을 위기까지 몰렸다. 극적으로 웹닷컴(2부)투어 파이널시리즈 세 번째 대회 보이시오픈에서 우승해 올 시즌 출전권을 확보하며 부활의 날갯짓을 했다. 그러나 최근 6개 대회에서 커트 탈락을 다섯 번 하는 등 예전의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그는 “정말 골프가 안됐다. 친구들에게 ‘이제 끝났다’고 입버릇처럼 좋지 않은 소리를 했다”며 “잘 칠 때 스윙과 비교해도 기술적으로 달라진 게 없는데 성적이 나오질 않는다. 결국엔 자신감의 문제인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어 “경기 내용은 좋은데 성적이 나오질 않는다”면서도 “안될 땐 인정하고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게 슬럼프”라고 자신을 채찍질했다.

배상문은 예전과 현재 실력을 비교해 ‘종이 한 장 차이’라고 표현했다. 말로 설명하기 힘든 미묘한 차이를 넘으려 노력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라운드에선 어느 정도 답을 찾은 듯 보였다. 그는 이날 들쭉날쭉한 아이언샷을 하고도 4언더파라는 준수한 성적을 적어냈다.

배상문은 “이번 대회를 앞두고 연습라운드에서 정말 샷감이 좋지 않았다. 오늘은 다 내려놓고 친 게 되레 좋은 성적으로 이어졌다”며 “(2라운드를 치르는) 남(south)코스는 인내심이 필요한 곳이다. 지난해도 1라운드에 잘 치고 2라운드에 부진했던 경험이 있는데 올해는 끝까지 집중해서 잘 쳐보겠다”고 다짐했다.

샌디에이고=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