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서 여성 최초·축구인 최초 야구단 단장 시대 개막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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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는 1903년 현재 양대리그 체제를 확립해 올해까지 116년을 이어오고 있다.

이 기간 여성이 구단 단장에 오른 적은 없었다.

'단장의 야구'라고 할 만큼 메이저리그에서 단장의 권한은 막강하다.

전력 보강·선수 트레이드·신인 지명과 계약은 물론이고 영화 '머니볼'에서 보듯 클럽하우스 음료수 제공까지 야구단 운영에서 단장의 손을 거치지 않는 건 없다.

아직도 여성 대통령을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보수적인 미국 사회는 메이저리그에서도 단장의 문을 아직 여성에겐 개방하지 않았다.

미국 일간지 워싱턴포스트가 지난해 메이저리그 30개 구단 운영 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의 수를 집계한 자료를 보면 113명에 불과하다.

대부분은 의료·트레이닝 부문에서 일하고, 야구단의 꽃이라는 선수단 운영부문에서 일하는 여성은 손에 꼽을 정도다.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여성 단장…KBO가 '유리천장' 먼저 깼다
현재 메이저리그에서 최고위직에 있는 여성은 메이저리그 사무국 운영부문 수석 부사장인 중국계 킴 응(51)이다.

킴 응은 2005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단장 면접을 보고 첫 여성 단장에 도전했다.

다저스와 뉴욕 양키스의 부단장을 지낸 킴 응은 아직 꿈을 이루지 못했다.

일레인 웨딩턴 스튜어드가 1990년대 초반 보스턴 레드삭스에서 여성으론 첫 부단장에 올랐다.

양키스도 2001년 진 애프터맨을 여성 부단장으로 임명했다.

킴 응과 애프터맨,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의 스카우트 코디네이터 헤일리 알바레스 등은 빅리그 첫 여성 단장 후보로 꼽힌다.
메이저리그에도 없는 여성 단장…KBO가 '유리천장' 먼저 깼다
메이저리그에서 여전히 유효한 '유리 천장'(소수 인종과 여성의 진출을 가로막는 사회의 장벽)을 KBO리그가 먼저 깼다.

키움 히어로즈가 22일 임은주(53) 전 프로축구 FC 안양 단장을 새 단장 겸 사장으로 선임하면서 KBO리그 출범 38년 만에 첫 여성 단장이 탄생했다.

국가대표, 심판을 거쳐 프로축구 강원 FC 대표이사, FC 안양 단장을 차례로 지낸 임 단장은 축구인 출신 첫 야구단 단장이라는 이정표도 남겼다.

키움 구단의 관계자는 "임 단장이 축구단 단장과 대표이사 시절 열악한 팀 사정에도 강단 있게 팀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고 구단 고위층이 새 단장으로서 적임자로 낙점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임 단장은 KBO 실행위원회에 키움 대표로 참석하고, 야구단 운영에 전념한다.

구단 마케팅은 기존 박준상 사장이 계속 맡는다.

몇 년 사이 유행이 된 야구인 출신 단장이 아직 착근하지 않은 상황에서 축구인 출신 여성 단장을 선임한 키움 히어로즈의 행보는 파격 그 자체다.

다만, 임 단장이 KBO리그 첫 여성 단장이라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열었지만, 그의 직무 능력보다는 신선함과 화제성에 방점이 찍히는 게 사실이다.

임 단장이 직접 축구를 한 선수 출신이고 축구단에서 경영자로 입지를 다졌다곤 하나 야구라는 종목과 야구단은 그간 몸담아 온 축구계와 크게 다르다.

특히 임 단장이 구단 마케팅이 아닌 선수단 운영 업무를 진두지휘할 것으로 알려져 생소하면서도 복잡한 야구규약, 야구규칙 등을 얼마나 빨리 습득하느냐에 따라 그의 직무 능력이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메이저리그 첫 여성 단장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대부분 야구단에 인턴사원으로 입사해 여러 분야를 거쳤다.

그만큼 야구 이해도가 높고, 구단 운영에도 정통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