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팅 실력을 앞세워 2015년 메이저대회 2승을 거두는 등 ‘골프 황제’의 계보를 이을 것으로 기대를 받았다가 지난해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은 조던 스피스(미국)가 부활의 날갯짓을 시작한다.

11일(한국시간) 미국 하와이주 호놀룰루의 와이알레이CC(파70·7044야드)에서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소니오픈(총상금 640만달러)은 스피스가 새해 처음으로 출전하는 대회다. 예전이라면 스피스는 지난 7일 끝난 ‘왕중왕전’ 센트리 챔피언스 토너먼트에서 한 해를 시작했겠지만, 지난해 우승을 거두지 못해 지난 시즌 챔피언들만 초청하는 이 대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스피스는 각종 최연소 기록을 갈아치우며 2015년 5승을 거뒀다. 2017년에도 메이저대회 디오픈(브리티시 오픈) 우승을 포함해 3승을 수확했지만, 지난해 자신의 최대 장점이던 쇼트게임이 부진하면서 슬럼프에 빠졌다. 2017년 39위(0.339타)였던 SG 퍼팅(퍼팅 이득 타수)은 지난해 123위(-0.034)로 추락했다. 유명 교습가 행크 헤이니는 “스피스가 퍼트할 때 보면 마치 ‘입스’에 걸린 것처럼 보인다”며 “짧은 퍼트를 할 때 미세한 떨림이 발견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피스는 10일 기자회견에서 헤이니의 이 같은 지적에 “기술적인 문제가 많았고 심리적인 문제가 조금 있었다”면서도 “(2018년은) 성장하는 시즌”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적인 부분을 손볼 필요가 있었지만 시즌 막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하느라 문제점을 고치지 못했다”며 “항상 첫 티잉 그라운드에 서면 내 경기력이 좋지 않을 걸 알면서도 경기했다”고 전했다.

스피스는 지난해 성적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슬럼프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고 했다. 그의 새해 당면 목표는 전성기 때의 손 감각을 되찾는 것이다. 스피스는 “지난해 성적은 다른 시즌과 비교했을 때 당연히 불만족스러운 시즌이었다”며 “(25세 이전에 11승을 거두고 세 번의 메이저대회 우승을 하면서도) 내가 왜 잘하는지 잘 알지 못했고 잘되니 그대로 했을 뿐이다. 이젠 그때의 느낌을 되찾도록 훈련하는 것뿐”이라고 털어놨다.

이번 대회는 스피스가 결혼 후 처음 치르는 대회이기도 하다. ‘사랑꾼’으로 유명한 그는 지난해 11월 말 추수감사절 기간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 애니 버렛과 결혼했다. 그는 이례적으로 가을휴가를 반납하고 지난해 11월 초 열린 2018~2019시즌 PGA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과 마야코바 클래식에서 ‘감 찾기’에 나섰으나 공동 55위와 커트 탈락에 머물며 고개를 숙였다. 스피스는 신혼여행을 다녀오는 등 지난해 부진과 관련한 잡생각을 훌훌 털고 이번주 다시 우승에 도전한다. 스피스는 “다시 우승자 대열에 끼고 싶다”며 “결혼 후 아무 일정 없이 여행을 떠난 것은 도움이 됐다. 다른 사람들을 보는 것도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