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베트남 하노이 미딘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18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결승 2차전에서 말레이시아 대표팀을 1-0으로 이겼다. 베트남이 ‘동남아시아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스즈키컵을 제패한 것은 10년 만이다. 베트남 축구팬들이 태극기와 박 감독 사진 등을 흔들며 응원하고 있다.
"한국과 맞붙게 되면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해볼 생각"베트남 축구대표팀을 이끌며 잇달아 신화를 써가고 있는 박항서 감독은 16일 "다른 나라에 와서 성과가 있으니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솔직한 심정을 밝혔다.박 감독은 이날 오후 베트남축구협회에서 한국 언론을 상대로 가진 기자회견에서 "축구를 통해 (한국과 베트남 관계에서) 경제, 정치적으로 도움이 돼 정말 만족스럽다"면서 이같이 말했다.박 감독은 또 베트남 축구대표팀이 지난 15일 아세안축구연맹 스즈키컵에서 10년 만에 우승한 순간의 소회를 묻자 "종료 휘슬이 울렸을 때 '아, 우승이구나' 생각이 들면서 여러 가지 생각이 교차했다"고 답했다.그는 그러나 "나는 영웅이 아니다"면서 "평범한 축구지도자이고 그렇게 살고 싶다"고 밝혔다.그러면서 베트남 국민의 많은 사랑이 부담되고 불편할 때도 있지만 대회 때마다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박 감독은 내년 1월 5일 아랍에미리트에서 개막하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전망에 대해서도 "이번에도 도전하는 입장에서 이영진 코치와 어떻게 준비할지 의논을 마쳤다"고 밝혔다.이어 "우리(베트남 축구대표팀)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봐야겠지만, 평균 나이가 23.5세인 젊은 선수들이니 부딪혀보고 경험해보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베트남 축구대표팀에 대해 박 감독은 "자신감이 많이 결여돼 있었고 패배의식이 있었는데 정말 많이 개선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추진력과 목표의식이 뛰어나다"고 평가했다.다만 지도자가 할 수 있는 게 있고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는 게 있는데 시설문제 등 시스템 부분은 베트남의 경제성장에 따라 조금씩 개선해야 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박 감독은 내년 3월로 예정된 한국과 베트남 축구대표팀 간의 A매치에 대해 "한국과 맞붙게 되면 전력적으로 우리(베트남 대표팀)가 한 수 아래인 것은 사실이니 배우는 자세로 열심히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이날 기자회견에 동석한 이영진 수석코치는 "박 감독은 주변 사람의 얘기를 잘 들어주고 배려하면서 전략을 미리 세밀하게 준비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이 코치는 "박 감독이 때로는 아버지처럼, 때로는 어머니처럼 선수들에게 대한다"면서 "선수들의 잘못된 부분은 1대1 면담으로 지적하는 등 존중하고 섬세하게 접근한다"고 말했다./연합뉴스
10년 만에 베트남의 아세안축구연맹(AFF) 스즈키컵 우승을 이끈 박항서 베트남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에게 베트남 기업들이 서로 보너스 상금을 주겠다고 나섰다.16일 베트남 온라인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박 감독은 베트남 가전업체인 아산조로부터 1만3000달러(약 1400만원)의 보너스를, 베트남 자동차 업체 타코그룹에서 5만달러(약 5600만원)의 보너스를 지급받는다. 이미 박 감독은 대회 4강에서 필리핀을 꺾은 뒤 베트남축구연맹으로부터 4만3000달러의 보너스를 받았다. 언론에 알려진 것만 해도 10만달러가 넘고 광고 계약 등을 합하면 실제로는 이를 뛰어넘는 부가 수입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2343달러에 불과한 베트남 사정을 고려하면 현지에선 파격적인 액수다.또 베트남 최고 재벌로 불리는 두안응우옌둑 호앙아인잘라이컴퍼니 회장이 스즈키컵 우승 후 박 감독과 한 행사에서 만나 “돈을 더 줘서라도 더 오래 베트남에 붙잡아두고 싶다”고 말했다는 현지 언론 보도도 나왔다. 계약 만료 전 연봉 상승이 이뤄질 수도 있다.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두안응우옌둑 회장은 베트남축구연맹과 스폰서 계약이 끝났지만 여전히 박 감독의 연봉을 지급하고 있다. 박 감독은 2019년까지 월 2만2000달러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지난 7일 인도네시아 자바섬의 반텐주 실레곤에서는 롯데케미칼이 4조원을 투자해 건설할 유화단지 부지 조성식이 열렸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비롯한 롯데 경영진과 아이르랑가 하르타르토 인도네시아 산업부 장관 등이 착공을 알리는 버튼을 함께 눌렀다.당초 행사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던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대신 신 회장을 대통령궁으로 초청했다. 신 회장은 행사 직후 자카르타로 이동해 조코위 대통령을 면담했다. 이 자리에서 유화단지 사업을 설명하고 “롯데와 인도네시아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인도네시아 유화단지 사업은 신 회장이 구속수감된 기간 동안 차질을 빚은 대표적인 대형 프로젝트다. 롯데 관계자는 “(이번 방문을 통해) 현지의 의구심을 일소하고, 사업을 본궤도에 올려 놓았다”고 말했다.해외 매출 중 동남아 비중 60% 육박중국 시장 일변도에서 벗어나 동남아시아 시장을 확대하려는 롯데의 신(新)남방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10월 경영에 복귀한 신 회장이 사실상의 첫 비즈니스 출장국으로 베트남과 인도네시아를 선택한 배경이다.신 회장은 지난 3~7일 출장에서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총리, 하노이와 호찌민의 인민위원장(시장), 조코위 대통령, 딴중 CT그룹 회장, 안토니 살림 살림그룹 회장 등 두 나라 정·재계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고위 인사들과의 관계가 신규 사업 추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만큼 ‘동남아에서 제2의 롯데를 건설하겠다’는 신 회장 구상이 이번 출장을 통해 탄력을 받게 됐다는 게 롯데 안팎의 평가다.동남아는 이미 롯데그룹 제1의 해외 사업 지역으로 부상했다. 롯데의 지난해 해외 매출 10조7000억원 가운데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4개국 매출은 7조원으로 57%에 달했다. 중국(13%) 미국(9%) 유럽(7%) 등과 큰 격차가 난다. 특히 중국 비중은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 이후 롯데마트 등이 철수한 영향으로 2016년 25%에서 13%로 크게 축소됐다.화학이 주도…스타트업에도 투자롯데는 1990년대 초부터 동남아 시장에 진출했다. 지금까지는 소비시장을 공략하는 데 주력했다. 롯데백화점 롯데마트 롯데리아 롯데제과 등이 현지 기업을 인수합병(M&A)하는 방식으로 시장에 안착했다.최근엔 화학·복합단지·호텔레저·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분야로 영역을 넓히고 있다. 화학 부문이 가장 공격적이다. 인도네시아에 유화단지를 건립하는 사업의 주체인 ‘롯데케미칼타이탄’은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기존 공장이 있는 실레곤의 국영 철강회사 ‘크라카타우 스틸’ 부지를 2016년 매입했다. 나프타분해시설(NCC) 등 고도화 석유화학 설비를 구축하기 위해서다. 롯데는 2010년 1조5000억원에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사업장을 갖고 있는 화학 회사인 타이탄을 인수했다.롯데 관계자는 “4조원을 투자해 47만㎡ 부지에 에틸렌을 연 100만t 생산할 수 있는 설비를 건설할 계획”이라며 “공장이 완공되면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폴리에틸렌, 에틸렌 등을 수입하지 않고 바로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복합단지는 베트남의 양대 도시인 호찌민과 하노이에 짓는다. 호찌민에선 투띠엠 지구에 약 2조원을 투자해 아파트 오피스 호텔 쇼핑몰 시네마 등을 짓는 복합단지 사업인 ‘에코스마트시티’ 착공을 앞두고 있다. 롯데는 첨단 기술과 친환경 시스템을 접목해 2014년 완공한 ‘롯데센터하노이’에 버금가는 랜드마크로 건립할 계획이다. 하노이에도 비슷한 콘셉트의 복합단지인 ‘롯데몰하노이’를 추진하고 있다.류시훈 기자 bad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