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이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9시즌 개막전 효성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박지영이 9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19시즌 개막전 효성챔피언십에서 역전 우승을 차지한 뒤 주먹을 불끈 쥐며 환하게 웃고 있다. /KLPGA 제공
‘핫식스’ 이정은(22)이 빠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향배를 가늠할 2019시즌 개막전에서 박지영(22·CJ오쇼핑)이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9일 막을 내린 효성챔피언십(총상금 7억원)에서다. 박지영은 이날 베트남 호찌민 트윈도브스GC(파72·6579야드)에서 열린 최종일 3라운드를 버디 3개, 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70타로 끝냈다. 최종합계 10언더파 206타를 기록한 박지영은 2위 이소영(21)을 1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마수걸이 우승을 신고했다. 우승상금은 1억4000만원.

‘군웅할거’ 예고한 개막전

대회 초반부터 경쟁이 치열했다. 첫날 박지영을 비롯한 다섯 명이 공동 선두에 올라 일찌감치 혼전을 예고했다. 2라운드에서도 단독 선두에 나선 박민지(20)와 2위 박지영의 격차는 언제든 뒤집힐 수 있는 2타였다. 예상대로 최종일 승부가 뒤집혔다. 박지영이 첫홀 버디를 잡은 반면 박민지는 보기를 범해 금세 공동 선두가 된 것이다.

전반까지 엎치락뒤치락하며 공동 선두를 유지하던 두 선수의 승부는 후반 11번홀(파5)에서 명암이 갈렸다. 티샷을 페어웨이 벙커에 빠뜨린 박민지가 그린 근처 어프로치샷마저 뒤땅을 치는 실수를 범하면서 더블 보기를 내준 것. 박민지는 17번홀(파3)에서도 티샷 실수로 1타를 더 내주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졌다.

박지영으로 기우는 듯했던 승부에 막판 브레이크를 건 변수는 2018시즌 다승왕(3승) 이소영이었다. 이날 보기 없이 버디만 7개를 쓸어담은 이소영은 전날까지 17위였던 순위를 공동 선두까지 끌어올리며 박지영을 위협했다. 3홀 앞서 먼저 경기를 끝낸 이소영은 ‘클럽하우스 공동 선두’로 박지영과의 연장전을 기대했다. 하지만 승부의 추는 막판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은 박지영에게로 다시 기울었다. 박지영은 마지막홀(파5)에서 세컨드샷을 왼쪽으로 감아치는 실수를 했다. 하지만 세 번째 어프로치샷을 홀 2m 근처로 보낸 뒤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홀에 굴려 넣어 아슬아슬했던 승부에 마침표를 찍었다.

2016년 6월 에쓰오일챔피언십에서 생애 첫 승을 올린 이후 2년6개월 만의 통산 2승이다. 박지영은 “첫 우승 후 오랫동안 우승을 추가하지 못해 힘들었다. 믿고 기다려준 부모님과 코치에게 감사드린다”며 울먹였다. 박민지는 18번홀에서 버디 한 개를 추가해 단독 3위로 경기를 마쳤다.

밀레니엄 루키들 약진

루키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첫날 5언더파 공동 선두로 나서 눈길을 끈 박현경(18)이 루키그룹의 선봉에서 최종 라운드 막판까지 우승 경쟁을 펼쳤다. 박현경은 둘째날 1오버파로 부진해 순위가 7위까지 밀렸다. 하지만 사흘째엔 버디 5개, 보기 4개를 묶어 1언더파를 쳤다. 최종합계 5언더파 공동 6위. 박현경은 올 시즌 대어 중 한 명으로 기대를 모은 선수다. 지난해 송암배 아마골프선수권에서 3라운드에서 11언더파를 치는 ‘신들린 샷’을 내세워 합계 29언더파로 우승한 강자다. 아마추어, 프로를 통틀어 국내에서 72홀을 29언더파 259타로 마친 최초의 사례다. 시드전 수석을 차지하며 관심을 모은 조아연(18)도 박현경과 나란히 6위에 이름을 올렸고, 올해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팀 주장을 맡아 은메달을 따낸 임희정(18)이 공동 10위(3언더파)로 대회를 끝냈다. 세 명 모두 2000년생 ‘밀레니엄 베이비’ 세대 루키라는 점에서 내년 시즌의 기대감을 키우는 대목이다.

KLPGA 2019시즌은 내년 1월 중순까지 약 한 달간 쉰 뒤 대만여자프로골프협회(CTGA)와 공동 주관하는 타이완위민스오픈으로 투어 일정을 다시 시작한다. 본격적인 투어의 시작은 4월 제주에서 열리는 롯데렌터카여자오픈 대회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