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고남저(女高男低).’ ‘다시 핀 올드맨.’

2018 일본프로골프 투어가 2일 남자투어(JGTO) 최종전 JT컵을 끝으로 남녀 투어 시즌을 모두 마무리했다. 여자는 7년 연속 두 자릿수 승수(15승)를 기록하며 올해도 ‘K랠리’를 이어갔다. 하지만 남자 투어는 이날 황중곤(26)이 연장 접전 끝에 준우승에 머물면서 2009년 무승 이후 최저 승수인 2승에 그쳤다. 갈수록 얇아지는 남자골프의 빈약한 계보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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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투어 황제’ 김경태의 빈자리

‘일본 투어 황제’ 김경태(32)의 공백이 컸다. 2015년 JGTO상금왕에 등극한 김경태는 한국인 역대 최다승 기록(통산 13승)을 들고 있는 ‘코리안 브러더스’의 최강자다. 하지만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무승에 그쳤다. 올 시즌 16개 대회에 출전해 한 번 기권했고, 톱10에 딱 한 번 들었다. 도켄홈메이트컵 3위가 전부다. 시즌 상금 랭킹도 지난해 13위(6053만7000엔)보다 24계단 떨어진 37위(2781만9000엔)로 주저앉았다. 김경태는 “2016년 미국 투어 진출을 노리다가 체력을 소진한 게 부진으로 이어졌고, 최근엔 새로 교정한 스윙에 적응하느라 성적을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세계 최장타자’로 비상한 관심을 모은 김찬(28)의 허리 부상도 올 시즌 한국 남자 골프의 손실로 이어졌다. 김찬은 2016년 311야드, 지난해 평균 314야드를 날려 드라이버 비거리 일본 투어 2년 연속 1위에 오른 ‘슈퍼 장타자’다. 시즌 중엔 평균 320야드를 넘나들어 미국투어(PGA), 유럽투어(EPGA) 전체를 통틀어 장타서열 월드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지난해 미즈노오픈에서 처음 우승을 맛본 뒤 그야말로 펄펄 날았다. 그해 시즌 3승을 올리며 김경태의 계보를 이을 월드스타로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허리 부상이 6년 만에 다시 도진 데다 손목 부상까지 겹치면서 올 시즌을 접었다.

그나마 ‘타이거 킬러’ 양용은(46)과 ‘낚시꾼 스윙’ 최호성(45) 등 ‘올드맨’들이 없었다면 한국 남자 선수들은 올해 무승에 그칠 뻔했다. 올드맨들이 모두 1승씩에 그쳤지만 멀티챔프 이상으로 강렬했다. 양용은은 지난 4월 주니치 크라운을 제패해 12년 만에 일본 무대 복귀를 화려하게 신고했다. 최호성은 낚시꾼을 닮은 스윙폼으로 정규 대회 우승컵을 차지해 세계적인 스타로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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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언니’들의 질주

여자골프는 ‘언니들의 파티’였다. 안선주(31) 5승, 신지애(30) 4승, 황아름(31) 3승 등 3명의 30대 골퍼가 올해 전체 승수의 80%를 쓸어담으며 각종 기록을 새로 썼다. 시즌 5승, 통산 28승으로 한국인 최다승 기록을 깨뜨린 안선주는 4년 만에 개인 통산 네 번째 상금왕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신지애는 투어 최초로 한 시즌 메이저 3승을 기록하는 한편, 일본 투어 복귀 4년 만에 대상을 차지해 올 시즌을 자신의 해로 만들었다.

10년 만에 부활한 황아름은 뜻밖의 수확이란 평가다. 2009년 4월 야마하 레이디스오픈에서 일본 진출 3년 만에 첫 승을 신고했던 그는 9년4개월여 만인 지난 7월 다이토 겐타쿠 대회에서 두 번째 우승컵을 들어 올린 데 이어 NEC가루이자, 이토엔레이디스 등을 연이어 제패했다. 황아름은 오랜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는 이보미(30)의 무승 공백을 거뜬히 메웠을 뿐만 아니라 K골프의 7년 연속(2012~2018년) 두 자릿수 승수 수확에 기여했다.

K골프 랠리는 내년 시즌에도 기대할 만하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메이저 챔피언이자 통산 4승을 올린 배선우(25)가 지난달 30일 끝난 퀄리파팅 토너먼트 최종전을 14등으로 통과해 2019년 투어 출전권을 따냈다. KLPGA 2부 투어 출신인 음나연(25), 이솔라(28)도 각각 30위, 32위로 일본무대 진출 티켓을 확보해 투어에 합류한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