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등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최혜진 등 슈퍼 루키를 끊임없이 발굴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 6월 경기 안산 아일랜드리조트에서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장하나·오지현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관중이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한경DB
박성현 등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에도 불구하고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최혜진 등 슈퍼 루키를 끊임없이 발굴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 6월 경기 안산 아일랜드리조트에서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에서 우승을 차지한 최혜진(앞줄 오른쪽 두 번째)과 장하나·오지현조의 경기를 보기 위해 대회장을 찾은 관중이 선수들을 따라 이동하고 있다. /한경DB
스타 선수들의 해외 진출. 이로 인해 인기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우려. 매년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언제나 그랬듯 새 스타를 배출하며 높은 인기를 자랑했다.

연말 정규투어 시드전에선 ‘왕년에 주름 잡던’ 기존 스타들이 무대에서 퇴장하고 신예가 대거 등장하며 대대적인 세대교체도 이뤄졌다. 일찌감치 ‘주연급’ 선수들이 확정되면서 KLPGA투어의 뜨거운 열기가 내년에도 이어질 예정이다. KLPGA투어의 숙원사업인 ‘세계화’도 올 시즌을 통해 어느 정도 궤도에 올라섰다는 평가다. 다만 매년 지적돼온 미숙한 대회 운영은 여전히 숙제로 남았다.

최혜진·김아림 등 ‘스타 탄생’

'인기+세계화' 굿샷 날린 KLPGA…내실 다지기는 여전히 '숙제'
‘핫식스’ 이정은(23)의 미국 진출 선언 이후 ‘포스트 이정은’으로 평가받던 최혜진(19)이 무리 없이 선배의 빈자리를 채울 전망이다. 최혜진은 2승과 더불어 올해 신인상과 대상을 휩쓸며 신인으로선 2013시즌 김효주(23) 이후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상금(8억2229만원)으로만 10억원 가까이 모았고, 평균타수는 2위(70.189타)였다. 김효주가 2년차에 잠재력을 꽃피웠듯 최혜진도 준비된 스타라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포스트 박성현’으로 불리던 김아림(23)은 올해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에서 우승하며 드디어 잠재력을 꽃피웠다. 내년 최혜진과 함께 투어를 이끌 재목으로 언급된다. 김아림은 압도적인 장타가 무기다. 공격적인 플레이가 KLPGA투어 역대 최고 ‘슈퍼스타’로 꼽히는 박성현(25)을 연상하게 한다. 거침없는 언변은 덤이다. 그는 앞서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캐리 거리로만 255야드를 보낸다. 나보다 멀리 보낸 국내 여자선수는 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규투어 시드전 수석 조아연을 필두로 임희정 성유진 등 2000년생으로 이뤄진 예비 스타들을 발굴했다는 점도 내년 시즌을 기대하게 한다. 특히 조아연은 올해 추천 선수 자격 등으로 참가한 6개 대회에서 모두 커트 통과하며 예사롭지 않은 실력을 과시했다.

해외로 영토 넓히는 KLPGA

올해는 서서히 외국 선수에게도 문을 연 KLPGA투어가 세계화에 어느 정도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KLPGA투어는 올 시즌 4개 대회를 베트남 브루나이 중국(2개) 등 한국 밖에서 열었다. 내년에는 대만대회 등이 추가돼 올해와 같거나 더 많은 대회가 한국 밖에서 열릴 예정이다.

또 인터내셔널 퀄리파잉 토너먼트(IQT)를 통해 2019시즌 시드순위전 출전권을 얻은 15명의 외국인 선수 중 7명이 실제로 지원하며 KLPGA투어에 대한 높은 관심을 대변했다. 앞서 서바이벌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된 제네비브 아이린 링(말레이시아)과 치에퐁(대만)은 올해 KLPGA투어에서 조건부 자격으로 출전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여전히 미숙한 대회 운영은 ‘숙제’

매년 지적돼온 대회 운영 미숙은 올해도 해결하지 못했다. 지난해 ‘벌타 논란’으로 메이저대회 KB금융 스타챔피언십 1라운드를 취소하며 아쉬움을 남겼던 KLPGA투어는 지난 11월 첫주 열릴 예정이었던 팬텀클래식을 예고 없이 취소해 관계자를 당황하게 했다. 이 같은 해프닝은 스폰서가 올해부터 메이저대회인 KLPGA 선수권 후원사로 참여하면서 일어났다.

팬, 선수와의 약속을 깨뜨리는 중대한 사안이었던 만큼 투어가 어떤 수를 써서라도 대회 취소만큼은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KLPGA투어는 지난 5월과 이달 말 서울 강남의 한 유명 호텔에서 수억원을 들여 협회 창립 40주년 기념식과 대상 시상식 등 성대한 행사를 열었다. 행사에 참석한 한 관계자는 “화려한 행사에 쏟을 규모를 줄이고 대회를 살렸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좋은 콘텐츠를 유지하고도 KLPGA투어 규모는 2016년 32개 대회(총상금 211억원)로 정점을 찍은 뒤 지난해 30개 대회(207억원), 올해는 더 줄어든 28개 대회(206억원)로 축소됐다. 경제 전망이 불투명한 내년이 KLPGA투어에 분기점이 될 것이란 예측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