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
(19) 세상에서 가장 느린 스윙의 '깜짝 효과'

풀스윙을 6개 구간으로 나눠 구간당 15~50초 동안 움직이기
처음에는 15초 '슬로 스윙'부터…모든 구간을 똑같은 속도로 해야

머리 맑아지고 근육세포 살아나…잘못된 동작 몸이 알아서 찾아줘
스윙 순서·궤도까지 명백해져 급한 골퍼 리듬感 찾기에 '특효'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5분 스윙’이라고 혹 들어보셨나요? 아마도 생소한 분이 많을 겁니다. 저도 미국에서 스윙 재활 훈련에 몰입했을 때 처음 접한 뒤로는 들어보지 못했거든요. 한마디로 설명하자면 ‘초(超)저속 스윙’을 말합니다. 말 그대로 최장 5분 동안 어드레스에서부터 피니시까지 한 번의 풀스윙을 완성한다는 거죠. 이게 가능할까요?

‘박지은표 골프’ 완성한 터닝 포인트

사람들은 저마다 인생에서 터닝 포인트를 만나게 됩니다. 사업이든, 연애든, 학업이든 한 번은 커다란 변화를 맞닥뜨리는 때가 오기 마련이죠. 올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전관왕을 싹쓸이한 에리야 쭈타누깐(태국)처럼 터닝 포인트의 ‘비포어, 애프터’가 극적인 경우도 드물 겁니다. 쭈타누깐은 미국의 유명한 골프연구그룹 ‘비전54’의 멘탈 코치인 린 메리어트와 피아 닐슨을 만나 완전히 다른 골프에 눈을 떴습니다. 골프를 바라보는 철학을 확고히 정립한 덕분인데요. ‘긍정’의 의미를 깨우친 쭈타누깐은 올 시즌 3승을 올려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평균타수상, 세계랭킹, CME글로브포인트에서 모두 1위에 올랐습니다. 투어 사상 처음 있는 일이었죠.

제 골프의 터닝 포인트도 미국 애리조나에서 만난 비전54의 메리어트와 함께 시작됐습니다. 그에게서 처음 접한 게 바로 이 ‘5분 스윙(처음에는 1분30초 스윙)’이었습니다.

느림 속에서 눈 뜨는 스윙 근육

일반적인 스윙은 대개 1~2초 안팎에 끝납니다. 일본의 마쓰야마 히데키, 올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입성한 루키 임성재처럼 거북이 백스윙을 구사하는 ‘느림보 스윙어’들이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제가 한 훈련은 완전히 다른, 극단적인 초저속 스윙이었습니다.

우선 풀스윙을 6개 구간으로 나눕니다. 테이크백-백스윙 톱-다운스윙-임팩트-릴리즈&폴로스루-피니시입니다. 그런 다음 구간당 15~50초 동안 몸을 천천히 움직여 스윙하는 겁니다(사진 참조). 그러면 1분30초~5분 정도 걸립니다. 메리어트가 제게 “이 스윙을 5분30초 동안 느리게 한 선수는 네가 처음”이라고 말해 놀랐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이 느림보 스윙을 옆에서 지켜보면 마치 정지 화면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보는 사람도 답답하고 숨 막히지만, 당사자의 괴로움엔 비할 바가 아닙니다. 온 몸이 부들부들 떨리고, 땀이 비 오듯 쏟아지며, 참기 힘든 통증이 밀려오게 됩니다. 처음엔 1분에 한 번 풀스윙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반복훈련을 하다 보니 5분을 넘기는 경지에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어떤 변화가 왔을까요.

고도의 집중이 필요하다 보니 머리부터 맑아집니다. 그러면서 스윙에 쓰이는 근육세포가 예민하게 살아납니다. 내가 어느 지점에서 잘못된 동작을 시작하는지, 나쁜 궤도로 들어가는지, 상·하체 움직임의 순서가 꼬이는지 등 스윙 동작의 문제도 명백해집니다. ‘아! 내가 테이크백 이후 급하게 들어올리려는 심리가 있구나’ ‘다운스윙을 팔부터 시작하는구나’ 등 무의식적인 동작도 발견할 수 있습니다.

힘만 쓰는 급한 골퍼 리듬 찾기 효과

가장 효험을 볼 만한 골퍼는 ‘한 성질’ 하는 사람입니다. 백스윙 톱이 형성되기도 전에 허겁지겁 다운스윙을 하거나 백스윙을 갑자기 번쩍 들어올려 클럽이 출렁거리는 골퍼도 해볼 만합니다. 머릿속에 들어 있지만 오랫동안 찾아 쓰지 않았던 스윙 이론들이 전등이 켜지듯 한순간에 떠오르는 경험도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엔 15초 정도의 ‘세미 슬로 스윙’을 시작해 보세요. 이것도 생각만큼 쉽지 않습니다. 자신감이 붙으면 30초, 1분, 2분 등으로 늘려나가 보십시오.

유념해야 할 것은 모든 구간을 똑같은 속도로 해야 한다는 겁니다. 마치 초시계가 일정한 속도로 움직이듯 말이죠. 어느 특정 구간에서 갑자기 빨라지거나 느려지면 훈련의 의미가 없습니다. 리듬과 속도가 깨지려 할 때면 즉시 멈추고, 어드레스부터 다시 시작해도 좋습니다. 마침 12월이 다가왔습니다. 이제부터 ‘느림’입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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