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사진)에겐 올해가 가기 전 구겨진 자존심을 회복할 기회가 남아 있다. 그의 재단(타이거 우즈 재단)이 주최하는 히어로 월드 챌린지(총상금 350만달러)가 그 무대다. 우즈는 오는 29일부터 나흘간 바하마에서 열리는 이 대회에 출전해 자신을 포함한 세계 정상급 선수 18명과 우승컵을 놓고 격돌한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정규 대회가 아니라 이벤트 대회지만 선수들에게 인기가 많다. 톱랭커들이 대거 출전하고 세계랭킹 포인트가 걸려 있어서다. 올해 4대 메이저대회 우승자, 세계랭킹 상위 11명, 전년도 대회 우승자, 초청 선수 2명 등 18명이 출전할 수 있다.

올해는 세계랭킹 2위 저스틴 로즈(잉글랜드)와 더스틴 존슨, 저스틴 토머스, 브라이슨 디섐보(이상 미국) 등 세계랭킹 23위 내 선수 중 16명이 참가한다. 다만 세계랭킹 1위 브룩스 켑카, 오랜 여자친구와 결혼하는 조던 스피스(이상 미국)는 대회를 건너뛴다. 덕분에 로즈는 대회 성적에 따라 켑카에게 내줬던 세계랭킹 1위를 다시 찾아올 기회를 잡았다.

지난 24일 끝난 ‘세기의 대결’ 후 현지 언론으로부터 혹평을 받은 우즈에겐 자존심 회복을 위한 절호의 기회다. 우즈는 지난주 900만달러(약 101억원)를 놓고 필 미컬슨(미국)과 단판 승부를 벌였는데, 22개 홀까지 가는 연장 접전 끝에 무릎을 꿇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 내용도 매끄럽지 못했다. 17번홀에서 나온 칩샷을 제외하곤 짧은 퍼트를 경기 내내 놓치는 등 팬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또 기술적인 결함으로 유료 방송이었던 중계가 공짜로 풀리는 등 경기장 안팎으로 소란스러웠다.

히어로 월드 챌린지는 우즈와 궁합이 잘 맞는다. 그는 네 번째 허리 수술을 딛고 지난해 이 대회에 출전해 9위에 오르며 연착륙에 성공했다. 이후 올해 마스터스와 US오픈, 디오픈, PGA챔피언십 등 메이저대회를 무리 없이 소화하더니 시즌 최종전 투어 챔피언십에선 정상에 오르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우즈는 이번에 우승을 차지할 경우 현재 13위인 세계랭킹을 대폭 끌어올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같은 시기 우즈의 세계랭킹은 1199위였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