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사진=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죽음은 두렵지 않다. 하지만 3피트(약 1m)짜리 파퍼트는 정말 하고 싶지 않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8승을 올린 치치 로드리게스(푸에르토리코)라는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퍼팅이 뭐라고 죽음에까지 비유할까 싶지만, 그만큼 퍼팅이 어렵고 힘들다는 걸 말해주는 것 같아 공감이 가는 말입니다. 퍼팅은 쉬워 보입니다. 눈에 다 보이는 홀이고, 툭 쳐 굴려 넣으면 들어가지는 않아도 가까이는 붙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막상 해보면 ‘이상하네~’란 혼잣말이 나오기 마련입니다. ‘이상하게’ 연습이 잘 내키지 않는 것도 퍼팅입니다.

불필요한 시각정보를 없애보자

퍼팅은 프로들에게도 은퇴하는 날까지 숙제입니다. 기술도 중요하지만 ‘멘탈’ 비중이 가장 큰 영역이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얼마 전 PGA 투어에서 노장인 루카스 글로버(미국)가 1m도 안 되는 퍼팅을 하면서 스트로크가 중간쯤까지 잘 내려오다 도중에 크게 흔들리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퍼팅 스트로크가 도중에 흔들리는 건 정말 보기 드문 장면입니다. 우승 경쟁이라는 심리적 부담이 만들어낸 순간적 입스(yips)가 아닐까 싶어 안타까웠습니다. 정말 그때의 심정은 프로라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겁니다. 갑자기 온몸이 석고상처럼 굳어지는 듯한….

사실 1m 퍼팅은 상위권 프로라면 100% 가까이 성공시키는 퍼트입니다. 그래서 실패했을 때 더 충격을 주는 겁니다. 샷을 정교하게 다듬어 40~50㎝의 ‘탭인’ 거리에 공을 붙이지 않는 한 길든 짧든 모든 퍼팅은 부담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저 역시 퍼팅감이 좋으면 샷도 과감하고 좀 더 편안하게 되는데, 퍼팅감이 떨어진 날에는 샷을 맘대로 하지 못했습니다. 가까이 붙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압박감이 샷을 힘들게 했기 때문이죠.

그런 날이면 라운드가 끝난 뒤 꼭 하던 연습이 있었습니다. ‘보고 하는 퍼팅’입니다. 마치 체력이 떨어지면 영양보충을 하듯, 그렇게 하면 다음날 거리감과 퍼팅감이 확 살아나곤 했습니다.

짐작했겠지만 방법은 정말 간단합니다. 셋업과 어드레스는 평소와 똑같이 합니다. 퍼터 헤드를 공 오른쪽에 가져다 대고 양발을 평소처럼 벌려 스트로크 준비를 하는 겁니다. 그런 다음 고개를 옆으로 돌려 홀을 봅니다(사진 (1)). 마지막이 그대로 홀(또는 핀)을 본 상태로 스트로크를 하는 겁니다(사진 (2)). 어드레스를 하기 전 홀을 보면서 1~3번 연습 스트로크를 한 뒤 어드레스로 들어가 이 과정을 반복하는 것도 좋습니다.

보고 하는 퍼팅을 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은 두 가지입니다. 우선 고개를 돌릴 때 그대로 고개만 돌려서 홀을 바라봐야 합니다. 어드레스 자세에서 어깨를 움직이거나, 몸통이 홀쪽으로 돌아가거나 해선 안됩니다. 척추 각도가 비틀어지면 거리 감각이 흐트러지기 때문이죠. 두 번째는 모든 신경을 거리감에 집중하는 겁니다. 시각적 거리감을 스트로크 거리감으로 바꾸는 중요한 ‘감각전환’ 훈련입니다. 이게 전부입니다. 시간이 좀 더 있고 연습할 공간이 꽤 넓으면 360도 돌아가면서 하면 경사면에서의 거리감도 익힐 수 있으니 더 입체적인 연습이라 하겠습니다.

단순, 믿음 그리고 연습

이 연습의 효과는 분명합니다. 저도 늘 하면서 효과를 보기도 했지만 통산 72승을 기록한 ‘여자 골프의 전설’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도 수시로 이 연습을 했을 뿐만 아니라 실전에서도 했습니다. 2001년 그가 여자로는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꿈의 59타’를 기록했을 때도 이렇게 퍼팅을 했습니다. 물론 늘 이런 식으로 한 것은 아니지만요.

보고 하는 퍼팅을 하면 ‘헤드업’을 할 일도 없어지죠. 오롯이 스트로크 크기와 그에 따른 거리감이 얼마나 비례하는지만 신경 쓰면 됩니다. 퍼팅의 적인 스트로크를 급가속시키거나, 급감속하는 일도 없으니 물 흐르는 듯한 퍼팅 스트로크에도 한 발짝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보고 하는 퍼팅은 많이 알고 있는 연습이기도 합니다. 조던 스피스(미국)가 짧은 퍼팅을 보고 하면서 관심을 얻기도 했고요. 한 손으로 하는 퍼팅을 즐겨 연습하는 타이거 우즈(미국)도 보고 하는 퍼팅을 연습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지인들과 골프장에 라운드하러 가보면 한 번도 이런 연습을 하는 아마추어 골퍼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나마 그린에 일찍 나와 퍼팅 연습을 하는 이들도 드물었죠. 머릿속의 이론은 타수를 줄여주지 못합니다. 타수를 줄이는 길, 생각보다 가까이에 있습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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