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혜용이 9일 경기 여주시 페럼CC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 1라운드 16번홀에서 파세이브를 한 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용이 9일 경기 여주시 페럼CC에서 열린 ADT캡스챔피언십 1라운드 16번홀에서 파세이브를 한 뒤 갤러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KLPGA 제공
최혜용(28)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기사회생’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그는 정상과 바닥을 모두 경험한 선수다. 남들과 조금 다른 건 시작을 높은 곳에서 했다는 점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단체전 금메달과 개인전 동메달을 땄다. 프로 데뷔 첫해인 2008년에만 2승(같은 해 열린 2009시즌 개막전 포함)을 거뒀다.

이후 내리막길만 걸었다. 2009년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 결승이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한 듯 보였다. 그는 당시 유소연(28)에게 연장 9홀까지 가는 접전 끝에 우승을 내줬다. 성적이 서서히 떨어지더니 2014 시즌을 앞두곤 시드를 잃었다. 2년간 드림(2부) 투어를 전전했다.

어렵게 돌아온 KLPGA투어에서 힘겨운 생존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는 최혜용은 다시 위를 향해 한 걸음씩 내딛고 있다. 지난달 28일 SK네트웍스 서울경제 레이디스 클래식에서 3라운드까지 선두로 나섰다가 비록 역전패를 허용했으나 상금 2000만원을 획득해 순위가 대폭 상승했다. 다음 시즌 출전권이 보장되는 상금랭킹 60위 밖에 있다가 공동 7위로 대회를 마치며 상금랭킹을 57위까지 끌어올린 것.

시즌 최종전 1라운드에서 단독선두

마지막 우승 이후 10년 가까운 시간이 흐른 지금 최혜용이 다시 정상에 설 기회를 잡았다. 9일 경기 여주 페럼CC(파72·6616야드)에서 열린 KLPGA투어 2018시즌 최종전 ADT캡스 챔피언십(총상금 6억원·우승상금 1억2000만원)에서다. 이날 1라운드에서 최혜용은 보기 없이 버디만 5개를 낚아채 5언더파 67타를 기록, 공동 2위 그룹에 1타 앞선 단독선두로 경기를 마쳤다. 최혜용은 2008년 12월 열린 오리엔트 차이나 레이디스 오픈 이후 약 10년 만에 우승에 도전하고 있다.

최혜용은 “샷감도 좋고 경기에 몰입해 코스에 강한 바람이 부는 걸 경기가 끝날 때쯤에야 알았다”며 “처음에는 아마추어 때 쳤던 감으로 했는데 이제는 기술과 이론적인 뿌리가 생긴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아무리 연습해도 나에 대한 확신이 없었는데 점점 좋은 성적도 나고 주변에서 응원을 많이 해주셔서 자신감이 생기고 있다”고 선전을 다짐했다.

먹을 것 없던 ‘소문난 잔치’

이번 대회는 시즌 최종전임에도 불구하고 상금왕과 대상포인트 등 주요 타이틀 선수가 정해지지 않아 흥미를 더했다. 그러나 혈투를 기대했던 팬들의 바람과 달리 최대 초속 8m의 강풍 속에 ‘핫식스’ 이정은(22)과 오지현(22), 최혜진(19) 등 대부분의 유력한 타이틀 수상 후보가 부진했다.

대상포인트 1위 최혜진은 1오버파 공동 34위, 역전을 위해 우승이 필요한 2위 오지현은 2오버파 공동 51위로 대회를 시작했다. 상금랭킹 1위 이정은은 3오버파 공동 62위에 머물렀다.

반면 상금랭킹 2위에서 이정은에게 뒤집기를 노리는 배선우(24)는 버디 3개와 보기 2개를 묶어 1언더파 71타 공동 13위로 선전했다. 선두와 4타 차로 남은 라운드에서 충분히 역전이 가능하다. 배선우는 이 대회에서 우승하고 이정은이 4명 이상 포함된 공동 준우승 또는 공동 3위 이하의 성적을 낼 경우 상금왕에 오른다. 4언더파 68타를 적어낸 김초희(26)와 롯데 소속 김지현(27)이 선두 최혜용에게 1타 뒤진 공동 2위에 올라 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