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드 위 물리학도’ 브라이슨 디섐보(미국·사진)가 2019년부터 그린 위에서 퍼트해 공으로 깃대를 맞혀도 벌타가 주어지지 않는 점을 이용해 또 한 번 새로운 시도에 나선다.

2일(한국시간) 미국 골프채널에 따르면 디섐보는 최근 골프채널의 인터넷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경우에 따라 깃대를 뽑지 않고 홀 안에 둔 채 공으로 직접 맞히는 퍼트를 시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하지만 (금속으로 제작된 깃대를 사용하는) US오픈의 경우에는 깃대를 빼고 퍼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필드 위 물리학도' 디섐보 "깃대 안 뽑고 퍼트하겠다"
디섐보는 자신의 논리가 깃대와 공이 충돌할 때 생기는 반발계수(COR)에 근거한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대회에서 쓰이는 깃대는 유리섬유 재질로 만들어져 있고, 골프공이 충돌했을 때 공이 홀 안에 들어가도록 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하지만 US오픈에서 쓰는 깃대는 금속으로 제작돼 있어 되레 도움을 받지 못하는 만큼 디섐보는 원래대로 뽑고 경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섐보의 이 같은 시도는 세계골프 규칙을 관장하는 미국골프협회(USGA)와 영국 로열앤드에인션트골프클럽(R&A)이 내년 1월1일부터 적용하는 개정된 규칙 덕분이다. 새로운 규칙에선 그린에서 퍼터를 떠난 볼이 홀에 꽂혀 있는 깃대를 맞힌 경우에도 벌타가 없다.

디섐보는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했다. 그는 모든 아이언 클럽의 길이를 똑같이 만들어 쓰는 등 다양한 물리학적 시도를 골프에 접목해 ‘필드 위 물리학도’로 불린다. 그는 지난 6월 이후에만 무려 3승(메모리얼 토너먼트, 노던 트러스트, 델 테크놀로지 챔피언십)을 거두며 자신의 이론에 회의적인 뭇사람들의 시선을 거둬냈다.

이날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서머린 TPC(파71)에서 열린 PGA투어 슈라이너스 아동병원 오픈 1라운드에 출전한 그는 아직 규칙이 개정되지 않은 만큼 그린 위에서 깃대를 뽑고 퍼트했다. 그럼에도 5언더파 66타를 쳐 선두에 3타 모자란 공동 5위로 선전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