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해 최근 통산 상금 10억엔(약 101억원)을 돌파한 안선주(30)는 올해 2승을 추가해 통산 30승으로 일본투어 영구시드를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2010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에 진출해 최근 통산 상금 10억엔(약 101억원)을 돌파한 안선주(30)는 올해 2승을 추가해 통산 30승으로 일본투어 영구시드를 확보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때만 해도 서운했죠. 지금은 아니에요. 미(美)에 대한 가치와 기준이 사람마다 다른 거잖아요. 제 골프를 좋아해주는 팬들을 바라보면서 저는 저의 길을 가야죠.”

14년 차 프로골퍼 안선주(30). 지난 24일 경기 수원시 광교 자택 근처 카페에서 만난 그는 “온몸이 ‘부상병동’이어서 피곤하다”면서도 평온하게 미소 지으며 답했다. 안선주는 지난 21일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노부타그룹 마스터스GC 레이디스를 제패해 일본 여자 프로골프 사상 다섯 번째로 통산 상금 10억엔(약 101억원)을 돌파했다. 자신이 들고 있던 한국인 일본 투어 최다승 기록도 28승으로 늘렸다.

2005년 국내 투어(KLPGA)에 데뷔해 7승을 올렸던 그는 후원사 없이 2년을 보낸 뒤 2010년 일본으로 발길을 돌렸다. 그러면서 “성형하면 후원을 해주겠다는 국내 기업이 있었다”고 말해 ‘외모 지상주의’를 되짚어보는 사회적 논의를 촉발했다. 외면받았던 한국에서와 달리 일본에서 그는 메인 스폰서인 모스버거를 비롯해 8개사의 후원을 받는 스타플레이어로 자리 잡았다. 강렬한 승부욕과 정교한 샷에 환호하는 열성팬이 많다.

"역시 제 스타일은 도망가지 않는 골프"
“인상이 편해졌다는 말을 요즘 부쩍 많이 들어요. 사람들의 다양함을 끌어안게 됐다고나 할까요?”

짧은 기간 삶의 부침을 압축적으로 겪으면서 넉넉함이 쌓였다. 안선주는 2014년 5승을 하고 세 번째 상금왕에 오른 뒤, 지인의 소개로 만난 김성호 씨(32)와 결혼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은퇴할 궁리를 했다. “박수받을 때 쿨하게 떠나자”는 평소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다. 아파서, 부진해서 투어를 떠났다는 얘기를 듣기 싫었다. 하지만 자신의 일(프로골퍼)을 모두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온 남편의 헌신을 보고 투어 잔류를 결심했다.

기대치가 너무 커진 탓일까. ‘샷 완벽주의’ 기질과 부상이 겹치면서 곧바로 슬럼프가 왔고 우울증까지 찾아왔다. 매년 승수를 추가하면서도 ‘내가 왜 매일 아침 골프장에 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가시지 않았다. 매일 밤을 울면서 새우다시피 했다.

“남편이 제 히스테리를 받아주지 않았으면 여기까지 오지 못했을 거예요. 서로 똑같이 성격이 강해서 많이 부딪치기도 했지만 결국 남편이 다 져주면서 일이 잘 풀렸어요.”

부상이 호전되면서 가라앉았던 마음이 정리됐다. 마지막 목표가 다시 생겼다. 통산 30승을 올리면 일본 투어 영구 시드가 생긴다. 1승만 더하면 시즌 최다승(6승) 기록이 작성되고, 또 1승만 더하면 영구 시드를 손에 쥔다. 휴식과 목 통증 치료를 위해 지난 주말 대회를 건너뛴 그는 올 시즌 4개 대회를 남겨두고 있다.

급하게 덤벼들지는 않을 작정이다. 약점인 퍼팅을 가다듬으면서 기회가 오면 잡겠다는 생각이다. 120야드 이내 웨지샷만큼은 누구와 맞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지만 퍼팅은 이상하게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그는 최근 대회 우승에서 많은 걸 깨달았다고 했다. 트로피를 따내기는 했지만 5타차 단독 선두를 지키려다 혼자서만 마지막 날 오버파 라운드를 했다는 데 대한 반성이다.

그는 “지키기만 해도 우승이라고 생각했는데 골프가 오히려 안되더라”며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공격적 골프가 내 스타일이고 편하다는 걸 알게 됐다”고 했다.

은퇴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평범한 가정주부다. “아들 하나 딸 하나 낳고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살림하고 싶어요. 그때 가면 일이 아니라 취미로 맘 편히 골프도 즐길 수 있지 않을까요.”

수원=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