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원, 24일 '미투 보고서' 재작성 방안 논의
한국기원이 '미투 보고서' 재작성 절차에 착수한다.

한국기원은 24일 오후 2시 30분 임시 운영위원회를 열고 미투 보고서 재작성 방안을 논의한다고 23일 밝혔다.

임시 운영위는 이미 이사회를 통과한 보고서를 재작성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법적 문제 등을 따져 보고서를 수정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미투 보고서는 김성룡 전 9단이 외국인 프로기사인 디아나 초단을 성폭행한 의혹을 조사한 보고서를 말한다.

디아나 초단은 지난 4월 김성룡 전 9단에게서 9년 전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바둑계 미투 운동'을 촉발했다.

한국기원은 '늑장 대응' 논란 속에서 4월 20일 윤리위원회 개최를 시작으로 실무조사, 징계위원회, 이사회를 거쳐 김 전 9단을 제명했다.

그러나 논란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윤리위가 작성한 최종보고서에 피해자인 디아나 초단을 보호하지 않으면서 가해자인 김 전 9단을 두둔하는 듯한 의견이 포함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프로기사들이 223명이 집단 반발, 재작성을 요구했다.

한국기원 이사회는 지난 2일 재작성 문제를 다뤘으나 찬반 의견이 갈리자 표결에 부쳤다.

그 결과 이사 39명 중 21명이 참석해 찬성 10표, 반대 8표, 기권 3표로 과반수에 미달하면서 보고서는 수정하지 않기로 했다.

그러나 이 결정에 프로기사는 물론 바둑 팬들도 반발해 시위까지 벌이자 유창혁 한국기원 사무총장은 지난 11일 기자간담회를 개최, 미투 보고서를 재작성하겠다는 홍석현 한국기원 총재의 의견을 전달했다.

유 사무총장은 "김성룡 9단이 제명돼 재조사를 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윤리보고서 원본에 대한 평가를 새로운 위원들에게 맡겨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투 보고서는 재작성하기로 했지만, 한국기원 집행부는 퇴진 요구까지 받고 있다.

프로기사회는 오는 29일 임시 기사총회를 열어 손근기 기사회장 불신임안, 송필호 한국기원 부총재와 유창혁 사무총장 해임 건의안을 두고 찬반 투표를 시행한다.

기사회는 송 부총재와 유 사무총장이 최근 미투 운동을 계기로 드러난 한국기원의 잘못된 행정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손 기사회장은 기사들을 제대로 대표하지 못하고 다양한 의견을 듣지 않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