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패인이다.”(타이거 우즈)

“단장인 짐 퓨릭의 무능이 팀을 망쳤다.”(미국 스포츠 전문 매체 포더윈)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이 유럽의 7점 차 완승으로 끝남에 따라 미국팀의 참패를 둘러싼 후폭풍이 거세다. 올해 ‘사상 최강’으로 기대를 모은 미국팀이었던 만큼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가’를 둘러싼 논란이 태풍의 핵으로 떠올랐다.

◆원정 6연패 책임 놓고 ‘시끌’

토마스 비외른 단장(덴마크)이 이끄는 유럽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서부 일드프랑스의 르 골프 나시오날 알바트로스 코스(파71·7183야드)에서 끝난 제42회 라이더컵 대회에서 퓨릭이 지휘봉을 잡은 미국을 17.5-10.5로 대파했다. 유럽은 처음 이틀 동안 열린 16개 팀경기(포볼 8경기, 포섬 8경기)를 치러 포볼 4점, 포섬 6점 등 10점을 일찌감치 따내 6점에 그친 미국을 압박했다. 기선을 잡은 유럽은 마지막 날 12명씩 겨루는 싱글매치에서도 7명이 이기고 1명이 비겨 승리 요건(14.5점 이상)을 훌쩍 넘긴 17.5점을 확보해 홈경기 6연승을 완성했다. 유럽은 1997년 스페인 대회부터 올해 프랑스 대회까지 ‘안방불패’ 신화를 이어갔다.

축제 열기에 휩싸인 유럽과 달리 미국은 패인을 놓고 갑론을박에 불이 붙었다. 4전 전패의 수모를 당한 타이거 우즈가 먼저 공개 반성문을 썼다. 그는 “4패로 4점을 내준 내가 패인 중 하나”라고 말했다. 컨디션이 정상을 벗어났다는 점도 거론했다. 그는 “최근 9주 사이에 7개 대회를 뛰다 보니 일정이 빡빡했다”고 했다. 팬들은 우즈의 입장에 토를 달지 않는 분위기다. 우즈는 지난 7월부터 9월 말까지 석 달간(13주) 9개 경기에 출전했다. 라이더컵에서도 부상 우려가 나올 만큼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팀의 막내 격인 저스틴 토머스, 조던 스피스(이상 25세)가 같은 기간 각각 8개, 7개 대회를 뛰었다. 우즈는 이들보다 스무 살이나 많다.

객관적인 이유 중 하나로는 유럽팬들의 일방적인 응원과 코스 경험이 꼽힌다. 유럽대표팀 선수 12명은 올해 대회장인 르 골프 나시오날에서 총 288라운드를 경험했다. 반면 미국은 총 8라운드를 소화한 게 전부다.


◆‘퓨릭의 선택’ 4명, 2승10패 부진

미국 현지 매체들은 리더십 부재와 전략 실패에 무게를 싣는 분위기다. 미국팀 단장 퓨릭이 선수 선발과 팀 구성에 실패했다는 지적이다. 골프채널은 “패장은 원래 좋은 점수를 못 받는 게 인지상정”이라면서도 “퓨릭은 그러나 위험한 팀 구성을 너무 많이 했고, 와일드카드로 쓴 선수 대다수가 부진했다”고 혹평했다. 우즈 4패, 필 미컬슨 2패, 브라이슨 디섐보 3패, 토니 피나우 2승1패 등 단장 임의로 선발한 4명이 총 8점(2승10패)을 까먹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 매체 포더윈은 “퓨릭이 최근의 경기 결과보다 과거의 기억에 의존해 선수를 선발해 화를 불렀다”고 지적했다.

우즈 "내가 망쳤다"… 美, 라이더컵 후폭풍
팀경기 조합도 부실했다는 게 중론이다. 포더윈의 칼럼니스트 크리스 체이스는 “필승자원이자 샷 정확도가 높은 스피스와 토머스를 분산 활용해야 했지만, 대회 내내 한 팀으로만 집중 운용했다”고 꼬집었다. 스피스를 토머스와 묶지 않고 이전 대회에서 찰떡궁합을 과시한 패트릭 리드와 짝을 지어줬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거라는 분석이다. 리드-스피스조는 라이더컵과 프레지던츠컵 등 골프 대항전에서 한 조로 묶여 8승3무1패의 성적을 냈다.

팀 조합을 둘러싼 논란이 일자 리드의 아내까지 나서 해명을 내놨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스피스가 리드와 함께 뛰는 걸 원하지 않았다”는 글을 올린 것이다.

이틀째 포섬경기에서 장타자인 더스틴 존슨과 브룩스 켑카를 한 조로 묶은 것도 잘못된 조합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개의 공을 번갈아 치는 경기 특성상 정확한 샷을 구사하는 선수와 거리에 장점을 갖춘 선수를 섞었어야 한다는 논리다. 이 장타조는 컴퓨터 샷을 자랑하는 헨릭 스텐손(스웨덴)-저스틴 로즈(잉글랜드)조에 2홀 차로 패했다. 르 골프 나시오날 코스는 깊은 러프가 악명 높은 곳으로 페어웨이를 놓친 선수들은 대다수 점수를 잃었다.

◆우즈, 두 달간 칩거?

골프팬들은 앞으로 두 달간은 우즈의 얼굴을 보기 힘들 전망이다. 이번 대회로 시즌을 모두 마무리한 그는 곧바로 휴식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공식 일정 중에선 다음달 24일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에서 미컬슨과 치르는 ‘900만달러 승자독식’ 매치 경기가 가장 빠르다. 이번 대회에서 디섐보와 함께 전패한 3명의 선수로 기록된 우즈와 미컬슨은 지금까지 라이더컵에 출전한 선수 중 가장 많이 패한 선수 1위(21패), 2위(19패)에 각각 오르는 불명예를 떠안고 이벤트 매치에 나서게 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