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禁男의 벽'은 옛말… 남자 캐디 늘어나는 골프장
과거 이름 있는 회원제 골프장에는 ‘금녀(禁女)의 벽’이 있었다. 지금도 여성 골퍼들이 가면 어색해지는 골프장이 있을 정도다. 캐디 사회는 반대였다. ‘금남(禁男)의 벽’이 있었다. 골프가 남성 중심의 스포츠기 때문이라고 업계 사람들은 말한다. 국내 골프장 중에는 여전히 남성 캐디를 금지하는 곳도 있다.

하지만 여성 골퍼 급증으로 금녀의 벽이 무너지자 금남의 벽도 무너지고 있다. ‘캐디=여성’이라는 인식이 바뀌고 있다. 예전에는 남성 캐디가 전체 캐디 10명 중 많아야 1명 정도였다. 이 성비가 최근 7 대 3 정도로 변했다. 10명 중 3명은 전체 골퍼에서 여성이 차지하는 비중과 비슷하다. 2년 전 개장한 충남 태안의 현대솔라고CC는 남자 캐디가 전체 30%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대규모 골프장으로 꼽히는 스카이72GC에는 약 500명의 캐디가 일하고 있다. 그중 20%가량인 100명 정도가 남성 캐디다.

이용규 스카이72GC 홍보실장은 “처음엔 캐디를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남성 캐디가 늘어나기 시작했는데, 요즘은 먼저 남성 캐디를 찾는 여성 고객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주로 여성 골퍼들이 남성 캐디를 선호하고 만족도 조사에서도 높은 점수를 준다는 설명이다. 이 실장은 “남성 캐디는 대부분 프로 지망생이기 때문에 필드에서 ‘원포인트 레슨’이 가능하고 이에 만족하는 남성 고객이 다시 남성 캐디를 찾는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 골퍼들은 캐디 사회뿐 아니라 방송가 콘텐츠도 바꿔놓고 있다. 방송사들은 여성을 타깃으로 한 콘텐츠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SBS골프가 CJ오쇼핑과 손잡고 제작한 ‘힛더골프스타일’은 큰 인기를 끌면서 시즌제 프로그램으로 정착했다.

골프 전문 채널 관계자는 “최근 들어 여성과 관련된 소재를 연계해 콘텐츠 제작을 원하는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남성과 달리 여성은 TV에 나오는 의류 및 액세서리 등의 트렌드에 곧바로 반응하고 구매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광고주와 협찬사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