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골프황제’ 타이거 우즈가 ‘풍운아’ 패트릭 리드(이상 미국)와 짝을 이뤘다. 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남서부 일드프랑스의 르 골프 나시오날 알바트로스 코스(파71·7183야드)에서 개막한 미국과 유럽의 골프 대항전 라이더컵에서다. 첫날 오전 포볼(두 개의 공으로 각자 경기해 좋은 점수 채택) 경기 상대는 브리티시오픈 우승자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와 유럽투어의 신흥 강자 토미 플릿우드(잉글랜드)다. 우즈-리드는 미국팀의 원정 5연패 사슬을 끊는 기폭제가 될 수 있을까.

우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페덱스컵 플레이오프 최종전(투어챔피언십) 제패로 충전한 상승 에너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하지만 ‘라이더컵 징크스’가 변수다. 총 일곱 번 출전해 13승3무17패로 전적이 시원찮다. 이 중 싱글매치에선 4승2무1패로 나쁘지 않다. 첫 출전인 1997년 콘스탄티노 로카(52·이탈리아)에게 딱 한 번 패했다.

하지만 팀경기에선 이상하리만치 약했다. 9승1무16패다. 특히 연장자와 짝을 이뤘을 때 승률이 좋지 않았다. 절친인 스티브 스트리커(51)와 여섯 번 팀을 이뤄 2승4패(2010, 2012년)를 거뒀고, 그즈음 ‘앙숙’이었던 필 미컬슨(48)과도 2패(2004년)만을 남겼다. 지금은 절친 관계로 변했지만 당시 미컬슨과 우즈는 경기하면서도 아예 말을 섞지 않았다. 이전 대회에서도 폴 에이징어(58), 마크 캘커베키아(58), 톰 리먼(59), 데이비드 듀발(47), 저스틴 레너드(46) 등 내로라하는 선배들과 짝을 이뤘지만 우즈는 모두 패배만 기록했다. 그나마 현 미국팀 단장인 짐 퓨릭(48)과 한 조가 됐을 때인 2006년 2승2패를 얻어낸 게 승률 50%로 가장 좋다.

우즈의 전 스윙 코치인 부치 하먼은 이 같은 결과를 “파트너들이 우즈와 짝이 되면 엄청난 부담을 느낀다. 결과가 나쁘면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기 때문에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반면 리드는 우즈의 역대 짝 가운데 가장 젊다. 게다가 리드는 어린 시절부터 우즈와 함께 경기하는 걸 꿈꿔 온 ‘타이거 키즈’다. 올해 마스터스 우승 때도 우즈처럼 검은 바지와 붉은 티셔츠를 입고 나왔다. 1인자의 경기를 망칠 수 있다는 부담감보다 ‘정신적 안정과 상승효과’가 더 클 수 있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2016년 라이더컵 부단장으로 나선 우즈는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싱글매치를 준비 중인 리드에게 ‘험악한 조언’을 했고, 이를 그대로 따른 리드가 매킬로이를 격파해 미국팀 승리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골프위크는 “투지에 불타오른 리드가 당시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엄청난 흥분 상태에서 공을 때려대고 있었는데, ‘침착해야 한다’는 우즈의 말 한마디에 리드의 드라이버샷이 똑바로 가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상대가 누구이든, 갤러리가 어떤 반응을 보이든 꿈쩍하기는커녕 오히려 힘을 내는 ‘강철 멘탈’이 리드의 가장 큰 장점이다. 리드는 지난 27일 열린 대회 개막행사 선수 소개에서 유럽 팬들의 야유가 쏟아지자 ‘소리가 작다’는 의미로 자신의 귀에 손을 가져다 대는 퍼포먼스로 일찌감치 도발을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