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고수와 하수의 차이는 의외로 쉽게 관측된다. 몸이 효율적으로 쓰이고 있느냐가 셋업과 어드레스 형태 등 몸으로 그대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20여 년간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들을 가르친 고덕호 프로의 말이다. “고수의 반열로 올라갈수록 스윙이 유려해지고 리듬이 생긴다. 잔동작이 적다. 어드레스만 딱 봐도 핸디캡이 대략 몇인지 감이 올 때도 많다.”

허리 각도, 손의 위치 점검해야

싱글로 가기 위해선 한 번쯤 체크해봐야 할 포인트가 있다. 스윙을 원활하게 하는 데 필요한 셋업은 따로 있기 때문이다. 이 셋업에서 너무 멀어져 있는지, 거울이나 스마트폰 카메라를 통해 스스로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어깨를 앞으로 기울인 각도다. 미국 골프스윙 연구소인 골프텍(golftec)에 따르면 어깨 기울기(어드레스했을 때 어깨가 앞으로 기울어진 정도)가 핸디캡을 보여준다. 하수일수록 뻣뻣이 어깨를 세우고, 고수로 갈수록 어깨 기울기가 가팔라진다는 얘기다. 핸디캡 20 이상의 초보골퍼들은 평균 25도로 기울였고, 11~20 범주가 33.4도, 6~10이 34.1도, 0~5는 35.1도였다. 프로골퍼는 평균 36도나 됐다. 이런 정도의 각도면 그립을 잡은 손뭉치도 몸통(배꼽 주변)에 바짝 끌어당겨져 있게 된다. 몸과 손의 간격이 20㎝ 이내 거리밖에 나지 않는다는 얘기다. 반면 아마추어는 그립을 잡은 손뭉치가 점점 몸에서 멀어지는 경우가 잦다. 다운스윙 때 양팔과 클럽 헤드가 지나갈 통로를 잘 확보하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미리 통로를 만들어 두려는 탓이다.

고수와 프로들은 임팩트 순간까지 어드레스의 척추각과 어깨각도를 잘 유지해 클럽헤드가 빠져나갈 통로를 잘 확보하기 때문에 손이 몸통에 바짝바짝 붙어 다닌다. 특히 웨지샷의 경우 허벅지에 닿을 듯 말 듯 스윙을 하는 선수들이 고수와 프로 중에는 많다.

이런 차이는 단순한 형태 차이를 넘어 많은 점을 시사한다. 골프는 어깨로 친다는 말이 있다. 어깨의 회전각과 회전속도가 결국 헤드 스피드와 볼 스피드를 결정한다는 얘기다. 어깨 회전이 원활하게 되려면 어깨의 기울기가 잘 확보돼야 한다. 어깨를 기울인 셋업만 봐도 핸디캡이 보인다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트리거’ 활용해 조급한 스윙 방지를

골프 고수들에겐 그들만의 루틴이 있다. 어드레스를 하기 전 드라이버 헤드를 빙글빙글 돌리거나 두세 번씩 왜글링을 일정하게 하는 게 그런 예다. 샷을 하기 전 꼭 거치는 습관적이고도 일정한 순서에 의해 이뤄지는 동작들이다. 고수로 가기 위해선 이런 루틴을 몸에 익히는 게 좋다. 스윙을 할 때의 상황을 익숙하게 느끼게 해 긴장을 풀어주고, 몸의 근육에 스윙을 할 준비를 하라는 신호를 보내주기 때문이다. 일관된 리듬과 템포, 스윙 시스템이 이런 루틴을 통해 안정적으로 나온다.

이 루틴에 넣으면 좋은 게 트리거링이다. 샷을 시작하기 전 드라이버를 지면에서 살짝 들어올리거나 오른쪽 무릎을 왼쪽으로 살짝 집어넣었다가 빼면서 백스윙을 시작하는 등의 습관적 동작이다. 그립을 잡은 손뭉치를 타깃 쪽으로 살짝 밀어줬다가 백스윙하는 ‘핸드포워드’ 트리거도 스윙(또는 스트로크)의 시작을 알리는 트리거로 유용하다. 조던 스피스(미국) 등이 이런 트리거를 시작으로 퍼팅을 한다. 헨리크 스텐손(스웨덴)은 어드레스에서 몸을 오른쪽으로 살짝 이동한 뒤 백스윙을 한다. 그만의 트레이드마크다.

안성현 프로(SBS골프 해설위원)는 “이런 동작이 갑작스러운 스윙을 막고 평소의 시퀀스(순서)를 잘 맞춰 정리된 스윙을 할 수 있게 해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이 멘탈 관리다. 대개 멘탈 관리는 프로나 하는 것이란 생각은 타수를 스스로 버리는 행위다. 적어도 싱글을 원하는 골퍼라면 그렇다. 불안감과 흥분감 해소만 잘해도 타수가 줄어든다. 첫 번째 홀에선 불안감이, 후반 첫 번째 홀인 10번홀에선 불안감 또는 과욕, 흥분감이 스윙을 뒤흔든다. 김필중 스포츠심리학 박사는 “샷을 잘했는지 못했는지에 가치를 두지 말고 어느 방향으로 갔는지에만 집중하면 과도한 불안감과 흥분을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샷의 결과가 좋든 나쁘든 아예 반응하지 않는 ‘무심’ 대응도 한 가지 방법이다. 남아 있는 샷과 홀에 미치는 악영향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