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피트 샘프러스)가 이곳에 왔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는 내 우상이고 그를 사랑한다.”

한때 팔꿈치 부상으로 정상에서 영원히 내려온 것만 같았던 노바크 조코비치(6위·세르비아·사진)가 메이저대회 2연승을 달성한 뒤 이같이 말했다. 윔블던 테니스대회에 이어 US오픈까지 석권한 조코비치는 메이저대회 14승째를 신고하며 자신이 우상으로 삼았던 피트 샘프러스(미국)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조코비치는 10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에서 끝난 US오픈 남자단식 결승에서 후안 마르틴 델 포트로(아르헨티나)를 맞아 3-0으로 승리했다. 이 우승으로 조코비치는 샘프러스와 함께 메이저대회 남자단식 최다 우승 공동 3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1위는 로저 페더러(2위·스위스)로 20승을 기록 중이다. 2위는 라파엘 나달(1위·스페인)의 17승이다.

조코비치는 지난해 팔꿈치 부상으로 2010년 이후 처음으로 메이저대회 타이틀 없이 1년을 보냈다. 올해 초 호주오픈에선 정현(23위·한국체대)에게 덜미를 잡히기도 했다. 그의 세계랭킹은 20위 밖으로 밀려났다. 일각에선 조코비치의 전성기가 끝났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지난 7월 윔블던 우승으로 다시 살아나더니 메이저대회 2연승을 올리며 제2의 전성기를 예고했다.

조코비치는 “어려운 시기에 여러 일을 겪었지만 그 순간에도 배울 것이 있었다”며 “가족과 내 팀이 내 곁에 있었고 나 역시 (이곳에 오기 위해) 내 모든 것을 쏟아냈다”고 덤덤히 소감을 말했다. 그는 또 우승 경쟁을 펼친 델 포트로에 대해서도 “그는 꼭 이곳(결승전)에 다시 올라올 것”이라며 패자를 위한 위로의 말을 잊지 않았다.

조코비치는 남자프로테니스(ATP) 세계랭킹에서 4위로 도약하게 됐다. 2009년 이후 이 대회 두 번째 정상에 도전한 델 포트로는 준우승에 만족해야 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