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4위 마감 박항서 매직… '베트남 축구의 희망을 쐈다'

AFC U-23 챔피언십 준우승·AG 4위 '박항서 매직은 계속 진화 중'
박항서 감독, A대표팀 사령탑으로 전환…11월 AFF 스즈키컵 우승 도전

베트남 국민이 염원했던 역대 첫 아시안게임 메달 사냥에는 실패했지만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은 '박항서 매직'을 앞세운 베트남 축구가 아시아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진입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 무대였다.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U-23 대표팀은 1일 인도네시아 자와바랏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3~4위전에서 인도네시아와 1-1로 승부를 내지 못한 뒤 승부차기에서 아쉽게 3-4로 패해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베트남은 이날 선제골을 내주고도 기어이 추격골로 승부의 균형을 맞추면서 승부차기까지 갔지만 두 명의 키커가 실축하며 다잡은 동메달을 놓쳤다.

비록 베트남 축구 사상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놓쳤지만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02위의 베트남은 조별리그에서 '강호' 일본을 꺾은 파란을 일으다.

16강과 8강에서 까다로운 중동의 바레인과 시리아까지 잇달아 잠재우며 4강까지 진출한 베트남은 이번 대회 최고의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4강에서 박항서 감독의 조국 한국에 덜미를 잡혔지만 베트남은 8강전까지 무실점 승리를 이어가며 우승후보로 꼽히는 영광까지 맛봤다.

이미 베트남 U-23 대표팀의 돌풍은 올해 1월 아시아축구연맹(AFC) U-23 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할 때부터 예견됐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박항서 감독이 자리했다.

지난해 10월 베트남의 U-23 대표팀과 A대표팀을 총괄하는 사령탑을 맡은 박 감독은 3개월 만에 U-23 대표팀을 이끌고 AFC U-23 챔피언십에 참가해 준우승의 성과를 냈다.

당시 준우승은 베트남 축구 역사상 AFC 주관 대회 최고 성적이었다.

꾸준히 조직력을 키운 베트남 U-23 대표팀은 마침내 아시안게임 무대에서도 빛을 발했다.

조별리그 3경기를 무실점·3연승으로 마치고 조 1위로 16강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거침없이 전진했고, 비록 한국에 패했지만 베트남 국민은 '박항서 매직'에 환호했다.

베트남의 주산물인 쌀과 거스 히딩크 감독의 이름을 조합한 '쌀딩크'라는 별명을 얻은 박 감독은 베트남 최고의 스타로 떠올랐다.

베트남 언론은 연일 박 감독의 소식으로 도배됐고, 팬들은 '땡큐 박항서'를 외치며 열광했다.

큰 기대 속에 치른 3~4위전에서 승부차기로 패하면서 베트남은 역대 첫 아시안게임 메달을 놓쳤지만 경기장을 가득 메운 베트남 응원단은 실망하지 않고 격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박 감독은 경기가 끝난 뒤 공식 기자회견을 통해 "베트남이 아시아 정상으로 가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저도 베트남 축구의 발전을 위해 작은 지식이지만 열정과 노력을 다하겠다"라며 "동메달을 따지 못했지만, 선수들에게 더 큰 성장의 밑거름이 될 거라고 믿는다"라고 밝혔다.

아쉬움과 기쁨이 공존한 아시안게임을 마친 박 감독은 이제 U-23 대표팀에서 잠시 벗어나 다시 A대표팀 사령탑의 임무로 복귀한다.

박 감독의 '두 번째 매직'은 오는 11~12월에 열리는 2018 동남아시아축구선수권대회를 겨냥한다.

이 대회는 아세안축구연맹(AFF)이 2년마다 주최하는 동남아시아 국가들의 축구 잔치로 'AFF 스즈키컵'으로 불린다.

베트남은 역대 AFF 스즈키컵에서 1차례(2008년)밖에 우승하지 못했다.

태국이 5차례 우승으로 가장 많은 트로피를 챙겼다.

A조에서 말레이시아, 미얀마, 캄보디아, 라오스와 맞붙는 베트남은 '박항서 매직'을 이어가 역대 두 번째 우승을 꿈꾼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