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연지, 태국 시손디 꺾고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
[아시안게임] 조용하고 겁많은 그녀, 복싱역사를 새로 썼다
한국 복싱 역사를 새롭게 쓴 오연지(28·인천시청)는 전국체전 7연패를 달성한 한국 여자복싱 간판이다.

2011년 전국체전에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후 그 누구도 오연지의 벽을 넘지 못했다.

아시아에서도 적수가 없었다.

오연지는 2015년과 2017년 아시아복싱연맹(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최초로 2연패를 달성했다.

한국 여자복싱이 아시아선수권에서 따낸 금메달 2개가 모두 오연지의 주먹에서 나왔다.

오연지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여자복싱 라이트급(60㎏)에서 한국 여자복싱 사상 첫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그는 이 금메달로 아시아에는 자신과 대적할 선수가 없다는 사실을 재확인했다.

시련을 이겨내고 따낸 금메달이었기에 더욱 값졌다.

오연지는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시종일관 우세한 경기를 펼치고도 석연찮은 판정으로 패하며 출전이 무산됐다.

당시 오연지의 세컨드이던 김태규 인천시청 코치는 울분을 참지 못해 링에 올라가 항의하다 징계를 받았다.

처음에는 영구제명 징계를 받았으나 이후 이의신청을 통해 2015년 자격정지 5년이 확정됐다.

소속팀 사령탑인 김원찬 인천시청 감독 역시 김 코치와의 연대책임을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오연지는 자신 때문에 두 지도자가 피해를 봤다는 부채감에 시달렸다.

유망주 시절 "그런 성격으론 대성하기 어렵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조용하고 겁 많은 성격의 오연지에게서 독기가 피어났다.

그는 이를 악물었다.

오연지는 "선발전 탈락 이후 많이 힘들었지만, 실력이 부족해 떨어졌다고 생각하면서 마음을 다잡았다"며 "그걸 계기로 더 열심히 훈련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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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속팀인 인천시청은 물론 진천선수촌에서도 오연지는 연습벌레로 통한다.

김원찬 감독은 "전 세계에서 오연지만큼 열심히 훈련하는 선수는 없다"며 "오연지는 그 노력만으로도 이미 금메달감"이라고 말했다.

오연지는 절치부심한 끝에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스물여덟의 나이에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았다.

16강(베트남 류띠듀엔), 8강(중국 양원루), 준결승(북한 최혜송)에서 하나같이 우승후보들을 만났지만 모두 제치고 결승 무대에 올랐다.

셋 모두 2017 ASBC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4강에 들었던 선수다.

경기를 치를수록 노련미가 쌓인 오연지는 결승에서 태국의 슈다포른 시손디를 4-1 판정승으로 꺾고 아시안게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전북 군산이 고향인 오연지는 중학교 때 전 국가대표 출신인 외삼촌(전진철)이 운영하는 복싱 체육관에 놀러 갔다가 복싱과 인연을 맺었다.

부모님은 극구 반대했지만 오연지의 타고난 복싱 센스를 발견한 외삼촌이 든든한 지원군이 됐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시련은 계속됐다.

최악의 대진표를 건네받았고, 나동길 대표팀 총감독은 자격 미달로 인해 대회 기간 세컨드를 보지 못했다.

남녀 복싱 대표팀 총 10명 중에서 대회 결승은 고사하고 준결승을 밟은 선수는 오연지가 유일했다.

탈락한 선수의 몫까지 해내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얹어졌지만 오연지는 그 모든 어려움을 이겨내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이제 오연지의 목표는 2020년 도쿄 올림픽에서 사상 첫 한국 여자복싱 금메달을 따내는 것이다.

2020년이면 오연지의 나이는 만으로 30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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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