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엔드 과녁 판정 후 극적인 슛오프 기회 얻어 역전승
[아시안게임] '극적인 金' 남자 컴파운드 "마지막 기회 달라고 기도했죠"
단체전 결승 마지막 4엔드를 앞두고 한국 남자 컴파운드 대표팀은 인도에 2점을 뒤지고 있었다.

막내 홍성호(21·현대제철)가 쏜 화살 두 발은 모두 9점과 10점의 경계에 꽂혔고 전광판엔 재확인이 필요하다는 뜻의 별표가 붙은 9점으로 표시됐다.

인도의 마지막 9점에도 별표가 붙었다.

그 상태에서의 점수는 227-229.
동점을 만들어 한 번의 기회를 더 얻기 위해서는 우리의 9점이 모두 10점으로 상향되고, 인도의 9점은 그대로 9점으로 머물러야 했다.

과녁 심판은 인도의 과녁을 유난히 오래 봤다.

1분이나 흘렀을까.

선수나 관중에겐 유난히 길게 느껴진 시간이 지나고 전광판은 229-229로 수정됐다.

우리의 9점이 모두 10점이 됐고, 인도는 그대로 9점이었다.

슛오프 기회를 얻은 대표팀은 결국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금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28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겔로라 붕 카르노(GBK) 양궁장에서 끝난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 컴파운드 결승전 이후 맏형 최용희(34·현대제철)는 "제발 마지막 기회 한 번 더 달라고 기도했다"고 4엔드 마지막 순간을 떠올렸다.

최용희는 "욕심이겠지만 10점에 꼭 들어갈 수 있게 해달라고 빌었다"며 "그런 뜻을 알아줬는지 기회가 와서 끝까지 악착같이 했다"고 말했다.

4년 전 인천 아시안게임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해 패해 금메달을 내줬던 최용희는 "그때의 악몽도 순간순간 떠올랐다"며 "승리 이후 4년 전 악몽이 한순간에 없어지며 후련해졌다"고 웃었다.

최용희는 마지막 슛오프에서 과녁 중앙에 가까운 X10을 쏴서 인도를 제쳤다.

그는 "동생들이 예선부터 16강, 8강, 4강을 거치며 저보다 훨씬 잘 쐈다.

동생들 덕분에 마지막 10점을 쏠 수 있었다"며 "동생들과 함께 이뤄낸 금메달이라 더 기분 좋다"고 말했다.

전날 혼성 결승에서 마지막 화살을 8점에 꽂는 바람에 금메달을 놓쳤던 김종호는 더 초조한 순간을 보냈다.
[아시안게임] '극적인 金' 남자 컴파운드 "마지막 기회 달라고 기도했죠"
그는 "신이 있다면, 어제 그렇게 괴롭혔으니 오늘은 잘 풀리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마지막까지 괴롭히더라"며 "'제발 제발' 하는 마음으로 기도했는데 마지막에 역전됐다"고 초조했던 마음을 전했다.

김종호는 "전날 혼성전에서 못한 이후 질타도 있어서 하루 동안 많이 힘들었다.

분하고 억울해서 잠도 설쳤다"고 털어놓으며 "경험 많은 (장)혜진이 누나나 (오)진혁이 형이 이런 때일수록 힘내야 한다고 조언도 해주시고 주위 분들이 응원해주셔서 힘을 받았다"고 말했다.

점수가 정정되기 전까지 누구보다 불안했던 것은 '문제의 화살'을 쏜 막내 홍성호였다.

동점으로 정정된 후에 이미 눈물을 쏟기 시작한 홍성호는 "마지막 엔드에 다 진 줄 알고 포기하고 있었는데 동점이 되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왔다"며 "얼른 정신을 차리고 슛오프 화살을 쐈다"고 말했다.

이번이 첫 아시안게임 출전이었던 홍성호는 "후회하지 않을 경기를 하기 위해 준비를 정말 많이 했다"며 "다행히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기뻐했다.

아직 대중에겐 리커브보다 낯선 컴파운드지만 선수들은 컴파운드에도 무한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은다.

최용희는 "긴장감을 스스로 극복하는 매력이 있다"고 했고, 김종호는 "경기가 타이트하면서 박진감이 넘친다"고 말했다.

홍성호는 "컴파운드는 정확도가 높고 기계적인 요소가 있어서 무조건 10점을 쏴야하는데 한 번 실수를 하면 점수 누적제여서 금방 승부가 갈린다"며 "바람의 영향을 많이 받아 실력 차이도 금방 드러난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