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어 프로들은 페어웨이에서 가끔 드라이버를 빼어 들곤 한다. 3번 우드로는 닿지 않는 먼 거리에서 낮은 탄도의 긴 샷으로 2온이 가능하다고 판단할 때다. 대개 공이 홀로 잘 굴러 올라갈 수 있는 평평한 입구를 가진 파5홀이 타깃이다. 하지만 티를 꽂지 않고 큰 헤드로 잔디 위의 공을 직접 때려야 하는 샷이다 보니 뒤땅이나 토핑이 잘 난다. ‘모 아니면 도’식 공격 골프를 즐기거나 샷 자신감이 강한 선수들이 주로 시도한다. 리키 파울러, 버바 왓슨, 제이슨 데이, 김시우 등 톱랭커들이 드물게 시도하는 것도 그래서다. 여자 중에서는 제시카 코다, 브룩 헨더슨이 가끔 이 샷을 시도한다.

‘남달라’ 박성현(사진)이 페어웨이 드라이버샷을 선보였다. 26일(한국시간)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CP여자오픈(총상금 225만달러) 3라운드 14번홀(파5·531야드)에서다. 당시 그는 직전 4개홀에서 버디 3개를 쓸어담아 중간합계 12언더파로 헨더슨과 나란히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드라이버 티샷이 282야드가량 날아가 페어웨이에 떨어졌다. 269야드가 남았고, 그린과 페어웨이가 훤히 시야에 들어왔다. 캐디 데이비드 존스와 이야기를 나눈 박성현은 평소와 달리 우드 대신 드라이버를 빼어 들었다. 하지만 이 회심의 샷은 엉뚱하게 왼쪽 해저드 구역으로 향했다. 뒤땅이 나면서 샷이 감겨 버린 것이다. 벌타를 받고 네 번째 샷만에 그린에 올라온 박성현은 약 2m짜리 파 퍼트마저 실패해 이 홀에서 보기를 적어냈다. 마침 뒤따라오던 헨더슨과 엔젤 인이 이 홀에서 우드 샷으로 2온을 시도해 버디를 잡았다. 순식간에 타수 차가 2타로 벌어졌다.

박성현은 이어진 15번홀(파3)에서 곧바로 버디를 잡아내며 만회에 나섰지만 다시 16번홀(파4)에서 보기를 내줘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어 17번(파5), 18번홀(파4)에서도 타수를 줄이지 못해 결국 헨더슨에게 2타 뒤진 4위로 3라운드를 마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