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서정 "실수로 긴장 많이했지만, 주변 격려와 응원 덕분에 주종목서 잘해"
[아시안게임] 9.900점에서 출발해 14.600점으로 뒤집은 여서정의 강심장
[아시안게임] 9.900점에서 출발해 14.600점으로 뒤집은 여서정의 강심장
한국 여자 체조계에 모처럼 등장한 대형 선수 여서정(16·경기체고)이 국제종합대회 데뷔전인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베테랑을 능가하는 강심장을 뽐냈다.

여서정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개인 종목별 예선을 겸해 열린 단체전 예선에서 지옥과 천당을 거푸 경험했다.

그는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으로 이뤄진 4개 종목을 모두 뛰었다.

2조에서 함께 경기한 한국, 북한, 베트남 대만이 어떤 종목을 먼저 치를지는 대회 직전 조 추첨에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가장 약한 이단평행봉부터 평균대, 마루운동, 도마 순으로 연기했다.

하필 이단평행봉의 첫 번째 출전 선수가 여서정이었다.

여서정이 가장 잘하는 종목은 도마와 마루운동, 가장 어려워하는 종목은 이단평행봉과 평균대다.

그런데도 여서정이 대표팀 선수 중 이단평행봉의 첫 번째로 출전한 건 그의 기술 난도가 평이해서다.

보통 감독은 난도가 낮은 선수부터 연기 순서를 짜고, 고난도 연기를 펼치는 선수는 3∼4번째에 등장한다.

여서정은 바를 잡고 힘차게 몸을 돌려 연기를 시작했으나 곧 공중회전 후 바를 잡지 못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실수가 계속 겹쳐 여서정은 9.900점을 받는 데 그쳤다.

다른 선수들의 점수가 대개 12∼13점대인 점에 비춰보면 3점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여서정은 평균대에서도 공중회전 후 착지 때 빔에서 떨어져 12.500점을 받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마루운동으로 무대를 옮기자 언제 부진했느냐는 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엄청난 탄력과 완벽에 가까운 착지로 마루운동에서 12.900점으로 우리나라 선수 중 최고점을 받은 여서정은 마지막 종목 도마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450점을 찍었다.

1차 시기에선 14.600점으로 이날 4개 종목 중 개인 최고점을 받았고, 난도를 낮춘 2차 시기에서도 14.300점을 획득했다.
[아시안게임] 9.900점에서 출발해 14.600점으로 뒤집은 여서정의 강심장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직결되는 체조 종목의 특성상 첫 번째 출전 종목에서 기대를 밑도는 점수를 얻으면 나머지 종목을 그냥 망치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여서정은 이단평행봉에서의 실수를 이후 3개 종목에서 착실히 만회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뽐냈다.

이제 16세이고 첫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임에도 남다른 승리욕을 선보인 것이다.

여서정은 "실수를 많이 해 긴장했지만, 주 종목을 잘해서 다행"이라며 "이단평행봉 실수 후 많이 당황했는데 언니들, 선생님들이 '실수해도 빨리 잊어버려라'라고 많이 격려해 주셔서 다음 종목을 잘할 수 있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도마에서도 긴장을 많이 했고 그만큼 착지가 조금 불안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결선에서도 오늘 기술을 다듬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