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안게임] 9.900점에서 출발해 14.600점으로 뒤집은 여서정의 강심장
여서정은 2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자카르타 국제 전시장(JIEXPO)에서 개인 종목별 예선을 겸해 열린 단체전 예선에서 지옥과 천당을 거푸 경험했다.
그는 도마-이단평행봉-평균대-마루운동으로 이뤄진 4개 종목을 모두 뛰었다.
2조에서 함께 경기한 한국, 북한, 베트남 대만이 어떤 종목을 먼저 치를지는 대회 직전 조 추첨에서 결정됐다.
우리나라는 가장 약한 이단평행봉부터 평균대, 마루운동, 도마 순으로 연기했다.
하필 이단평행봉의 첫 번째 출전 선수가 여서정이었다.
여서정이 가장 잘하는 종목은 도마와 마루운동, 가장 어려워하는 종목은 이단평행봉과 평균대다.
그런데도 여서정이 대표팀 선수 중 이단평행봉의 첫 번째로 출전한 건 그의 기술 난도가 평이해서다.
보통 감독은 난도가 낮은 선수부터 연기 순서를 짜고, 고난도 연기를 펼치는 선수는 3∼4번째에 등장한다.
여서정은 바를 잡고 힘차게 몸을 돌려 연기를 시작했으나 곧 공중회전 후 바를 잡지 못해 그대로 바닥에 떨어졌다.
실수가 계속 겹쳐 여서정은 9.900점을 받는 데 그쳤다.
다른 선수들의 점수가 대개 12∼13점대인 점에 비춰보면 3점 이상을 손해 본 셈이다.
여서정은 평균대에서도 공중회전 후 착지 때 빔에서 떨어져 12.500점을 받는 데 머물렀다.
그러나 마루운동으로 무대를 옮기자 언제 부진했느냐는 듯 펄펄 날기 시작했다.
엄청난 탄력과 완벽에 가까운 착지로 마루운동에서 12.900점으로 우리나라 선수 중 최고점을 받은 여서정은 마지막 종목 도마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450점을 찍었다.
1차 시기에선 14.600점으로 이날 4개 종목 중 개인 최고점을 받았고, 난도를 낮춘 2차 시기에서도 14.300점을 획득했다. 한 번의 실수가 치명타로 직결되는 체조 종목의 특성상 첫 번째 출전 종목에서 기대를 밑도는 점수를 얻으면 나머지 종목을 그냥 망치기에 십상이다.
하지만 여서정은 이단평행봉에서의 실수를 이후 3개 종목에서 착실히 만회하는 무서운 집중력을 뽐냈다.
이제 16세이고 첫 번째 아시안게임 출전임에도 남다른 승리욕을 선보인 것이다.
여서정은 "실수를 많이 해 긴장했지만, 주 종목을 잘해서 다행"이라며 "이단평행봉 실수 후 많이 당황했는데 언니들, 선생님들이 '실수해도 빨리 잊어버려라'라고 많이 격려해 주셔서 다음 종목을 잘할 수 있었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그는 "도마에서도 긴장을 많이 했고 그만큼 착지가 조금 불안했다"고 아쉬워하면서도 "결선에서도 오늘 기술을 다듬어 메달에 도전하겠다"고 의욕을 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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