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석호 프로(45·사진)는 프로들의 프로다. 대회 출전이 직업인 투어프로들이 부닥친 문제를 골프 원리와 확률, 상황별 ‘세기(細技)’로 풀어내는 게 특기다. “내 샷 좀 봐달라”며 구조신호를 보내는 스타급 제자가 많다. 그가 주말에 집이 아니라 대회장에 주로 가 있는 것도 그래서다. 그를 만난 지난 17일에도 허 프로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가 열린 스타휴골프앤리조트에서 안신애, 변현민, 김아림 프로 등을 봐주고 있었다. 장하나, 서연정, 이지현, 정희원, 백규정, 김혜선 등 그와 사제의 연을 맺은 챔피언도 많다.

허 프로는 연습그린에서 10m 정도의 짧은 칩샷 연습을 하던 변현민 프로에게 “잔디가 클럽 페이스에 끼일 수 있는지를 감안해서 공을 떨굴 지점을 미세하게 판단하라”고 조언했다. 잔디 종류 및 상태에 따라 같은 56도 웨지로 같은 크기의 칩샷을 해도 공의 낙하지점이 몇 m씩 차이가 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억센 중지(중엽 들잔디)는 잔디결이 타깃의 반대 방향인 역결이면 풀이 끼어 스핀이 적게 먹고 탄도가 높아진다”고 했다.

허석호 프로 "빠르든 느리든 '나만의 스윙 템포' 찾아야"
부친인 허재연 프로에게서 골프를 배운 그는 국가대표를 거쳐 군 제대 후인 1995년 프로가 됐으니 벌써 프로 24년차다. 국내 투어(KPGA 코리안투어) 2승, 일본투어(JGTO) 8승 등 통산 10승을 일구면서 실전 노하우가 차곡차곡 쌓였다. 2006년 출전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 대회인 디오픈에서 그는 한국 선수로는 가장 높은 11위도 해봤다. 정교한 샷과 쇼트게임 없이는 불가능한 성적표였다. 그는 지금까지 홀인원을 17번 했을 정도로 아이언을 잘 다룬다. 이런 실력이 알음알음 전해지면서 일본에서는 이미 2015년 자신의 이름을 딴 골프레슨 방송 ‘이지골프’를 시작해 이름을 널리 알렸다. 한국인이 일본에서 현지어로 방송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국내 레슨계는 지난해 데뷔해 쉽고 편안한 레슨으로 유명해졌다.

아마추어 골퍼에게 공통적으로 하고 싶은 조언은 크게 세 가지다. 첫 번째가 성격에 맞는 템포다. 성격이 급하면 급한 대로, 느긋하면 느긋한 대로 자신만의 템포를 찾아 정착해야 한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삼각형이다. 어깨와 팔, 손이 이루는 삼각형 모양이 스윙이 끝날 때까지 흐트러지지 말아야 한다. 당연하게 여겨서 그런지 가장 잘 안 지켜진다는 지적이다.

세 번째가 주저하지 않는 스윙, 스트로크다. 그는 “다운스윙을 해놓고 임팩트 직전 브레이크를 거는 자신없는 스윙은 금물”이라고 강조했다.

허 프로는 오는 29일 개강하는 한경골프최고위과정의 쇼트게임 특별 강사로 나서 통산 10승 챔피언의 노하우를 공개할 예정이다.

“쇼트게임도 하나의 완결된 스윙입니다. 단순한 축소 스윙이 아니고요. 개념부터 다른 레슨에 집중하겠습니다.”

양평=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