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남편 잘했어” > 김태훈이 19일 경남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에서 열린 동아회원권부산오픈을 제패한 뒤 부인 김지은 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태훈은 3년 만에 거둔 통산 3승을 가족에게 선물했다.  /KPGA 제공
< “우리 남편 잘했어” > 김태훈이 19일 경남 양산 통도파인이스트CC에서 열린 동아회원권부산오픈을 제패한 뒤 부인 김지은 씨와 함께 기뻐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결혼한 김태훈은 3년 만에 거둔 통산 3승을 가족에게 선물했다. /KPGA 제공
첫날 그는 아웃오브바운즈(OB)를 네 번이나 냈다. 4오버파 76타를 적어 내고는 “우승은 글렀다”고 생각했다. 순위는 꼴찌나 마찬가지인 113위로 미끄럼을 탔다. 공동 선두로 마지막날에 나섰다가 81타를 치며 무너진 시즌 개막전이 떠올랐다. “샷이나 제대로 고치고 가자”고 마음을 비웠다. 2라운드부터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보기 없이 5언더파를 쳤다. 3라운드에서도 3타를 덜어냈다. OB 한 방이 더 터져나왔지만 타수를 줄인 사실이 마음에 들었다.

더 놀라운 일은 4라운드에서 벌어졌다. 보기도 없었고 OB도 없었다. 버디만 9개를 쓸어담은 것이다. ‘테리우스’ 김태훈(33)이 19일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동아회원권부산오픈(총상금 5억원)에서 연출한 대역전 스토리다. 113위이던 순위는 사흘 만에 1위로 112계단 수직 상승했다.

3년 만에 통산 3승… 장타왕의 재림

김태훈이 부활했다. 2013년 300야드를 넘는 드라이버샷으로 ‘장타왕’에 올랐던 원조 거포 김태훈이다.

그는 이날 경남 양산시 통도파인이스트CC 남코스(파72·7348야드)에서 열린 이 대회 최종일 4라운드를 9언더파 63타로 마쳤다. 최종 합계 13언더파 275타를 기록한 김태훈은 2위 변진재를 1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승을 화려한 역전승으로 신고했다. 김태훈은 5타 뒤진 공동 19위로 최종일에 들어서 승부를 뒤집었다. 2015년 11월8일 카이도골프 LIS투어챔피언십 이후 1015일 만에 수확한 통산 3승. 그는 2013년 보성CC클래식에서 생애 첫승을 기록했다. 우승상금은 1억원.

시즌 총상금을 1억5833만원으로 늘린 김태훈은 상금랭킹도 50위에서 14위로 끌어올렸다. 김태훈이 이날 기록한 9언더파는 이 대회 코스 레코드다.

김태훈은 “한 타 차 선두여서 안심할 수 없었지만 연장전 없이 우승해 기쁘다. 큰 기대를 안 했던 우승이라 더 기분이 좋다”며 “편하게 운동할 수 있게 내조해준 아내의 도움이 컸다”고 말했다. 김태훈은 3년간의 열애 끝에 지난해 12월 결혼했다.

공동 선두로 최종일에 나서 막판까지 김태훈을 압박했던 변진재는 생애 첫승을 다음 기회로 미뤄야 했다. 마지막 18번홀에서 7m 정도의 버디 퍼트가 30㎝가량 짧아 연장 기회를 날렸다. 그는 선두를 1타 차로 추격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17번홀과 18번홀에서 연속으로 티샷이 왼쪽으로 크게 휘는 훅샷을 쳐 첫 우승에 대한 부담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13언더파 단독 선두로 챔피언조에 앞서 경기를 끝낸 김태훈은 우승이 확정되자 캐디를 봐주고 있는 아버지와 어머니, 부인을 껴안으며 승리를 자축했다.

이형준 1억3000만원짜리 홀인원

이날 주인공 김태훈 못지않게 갤러리의 눈길을 끈 선수는 단독 3위(11언더파)에 오른 이형준이었다. 전날 3라운드 8번홀(파3·174m)에서 홀인원을 기록한 덕에 우승자인 김태훈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렸기 때문이다. 현금 5000만원과 시가 5000만원이 넘는 1㎏짜리 골드바, 3000만원가량의 제트스키 1대를 받은 이형준은 3위 상금 3000만원을 합쳐 약 1억6000만원의 수익을 냈다. 대회 주최 측은 이번 대회 코스 3번, 8번, 11번, 17번홀 등 4개의 파3홀 모두에 홀인원 경품을 걸었다. 이형준은 약속한 대로 5000만원을 이웃돕기 성금으로 기부했다. 그는 20일 첫 아이를 얻을 예정이어서 경사가 겹쳤다. 이형준은 “태명이 ‘행복이’인 첫 아이가 월요일 유도분만으로 태어날 예정”이라며 “아이가 가족에게 행복을 가져다준 것 같다”고 말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