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산 15번째 메이저 트로피 수집에 나선 타이거 우즈(43)가 예상치 못한 숙제를 받아들었다. 2017-2018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PGA챔피언십 대회 출전을 앞두고서다.

우즈는 그동안 네 번이나 이 대회에서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1999년-2000년, 2006년-2007년 등 두 번이나 2연패를 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장이 아닌 다른 코스에서 얻어낸 우승컵이다.

이번 시즌 PGA챔피언십은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벨러리브 코스에서 열린다. 우즈는 이 코스를 한 번도 제대로 돈 적이 없다. 2001년 기회가 있었지만, 당시 이 코스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월드골프챔피언십(WGC)아메리칸익스프레스 대회가 9·11테러로 취소되면서 기회를 놓쳤다. 이후 코스와의 인연은 더이상 없었다.

하지만 올해도 새롭게 인연을 맺는데에는 진통이 따르고 있다. 지난주 열린 WGC브리지스톤인비테이셔널을 망친 우즈는 월요일 하루를 푹 쉰 뒤 화요일인 7일 PGA챔피언십 연습라운드에 출전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천둥번개가 치는 바람에 5개홀밖에 돌지 못하고 라운드를 중단해야 했다.

우즈는 “2001년 이후 한 번도 이 코스에서 골프를 하지 못했다. 기억나는 홀이 몇 개 되지 않을 정도였고, 오늘 돌아본 5개홀은 전혀 기억에 없는 홀이었다. 남은 시간 좀 더 숙제를 해서 코스 연구를 해야 할 것 같다”고 걱정을 내비쳤다.

우즈는 이번 대회에서 1, 2라운드를 저스틴 토머스, 로리 매킬로이와 같이 돈다. ‘돌아온 황제’와 ‘차세대 황제’들이 동반자로 한 데 묶여 신구대결을 벌이는 구도다. 차세대 황제들은 각각 세계랭킹 2위, 5위다. 토머스는 지난주 WGC대회에서 우승해 상승세가 가파르다. 매킬로이도 지난 3월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시즌 1승을 올렸고, 지난달 열린 디오픈에서는 준우승하는 등 샷감이 무르익은 상태다. 셋 모두 장타자들이기도 하다. 치열한 기싸움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우즈는 날씨가 좋아지면 수요일에 다시 코스를 돌아 필요한 정보를 축적할 계획이다.

우즈는 앞서 열린 WGC브리지스톤 대회를 이븐파 공동 31위로 끝내 아쉬움을 남겼다. 2라운드까지만 해도 공동 6위까지 순위를 끌어올려 본인도, 팬들도 우승을 기대했다. 하지만 3, 4라운드에서 갑작스런 샷·퍼팅 난조에 휩싸이며 6타를 잃는 바람에 중위권으로 미끄럼을 탔다.

1996년 PGA 투어에 데뷔한 우즈는 지금까지 79승(메이저 14승)을 올렸다. 마지막 메이저 우승은 2008년 US오픈이다. 이번에 우승할 경우 10년만의 메이저 승수 추가이자, 통산 80승을 달성하게 된다. 또 11년만의 PGA챔피언십 우승이 된다. 우즈는 이 대회 최다언더파(18언더파) 기록을 갖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