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피하고 그린피도 저렴"… 우린 밤에 골프장 간다!
지난 3일 오후 8시 경기 포천의 포천힐스컨트리클럽. 저녁 어스름이 질 무렵인데도 클럽하우스 앞 스타트 광장에는 5대의 카트가 후반 티오프를 위해 줄지어 서 있었다. 야간 라운드를 즐기는 직장인 골퍼들을 위해서다. 오후 4시부터 6시30분까지 3부 티타임을 운용 중인 이 골프장은 폭염이 전국을 강타한 8월 들어 야간 예약률이 연일 95% 이상을 찍고 있다. 최재영 포천힐스 마케팅팀 과장은 “휴가철이 겹치면서 직장인들이 좋아하는 금요일 저녁엔 부킹 경쟁이 치열하다”고 말했다.

기록적인 올해 폭염을 피해 한밤 라운드를 즐기는 ‘올빼미 골프족’이 크게 늘었다. 밤 평균 기온이 서울보다 4~5도가량 낮은 경기 북부의 포천 등 접근성이 좋은 수도권 인근 퍼블릭 골프장들이 이들이 주로 찾는 피서 골프장이다. 인천 스카이72의 이용규 고객서비스 실장은 “주말마다 거의 100% 예약이 찬다”고 말했다. 스카이72는 오후 7시30분까지 티오프 시간을 확대해 서울 강남과 여의도 직장인들이 즐겨 찾는 ‘야간 라운드의 성지’로 떠올랐다.

낮이 긴 늦봄과 한여름에만 칠 수 있는 올빼미 골프는 그린피가 정상가보다 20~30% 싸다는 것도 큰 매력. 식사와 냉음료, 아이스크림 등을 무료로 제공하는 곳도 많아 한번 야간 라운드를 경험한 골퍼들은 재예약률이 높다는 게 골프장 측 설명이다. 스카이72는 꽝꽝 얼린 아이스생수와 아이스크림을 무료로 준다. 반바지도 가능하다. 포천힐스는 캐디피가 정상가(12만원)보다 5만원 싼 7만원인 데다 치킨 샐러드 등 저녁식사까지 무료다. 경기 시흥의 솔트베이CC는 그린피를 선결제할 경우 정상가보다 4만원 싼 13만원에 라운드할 수 있다. 대영힐스 등 충남·북 지역으로 내려가면 그린피가 4만~5만원 안팎으로 뚝 떨어진다. 올해 처음 야간 라운드를 나선 이재훈 씨(39·치과의사)는 “생각보다 조명이 밝아 샷에 지장을 받지는 않았다”며 “낮 기온이 워낙 높아서인지 산악 지역 골프장의 한밤 체감온도가 무척 선선하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가마솥더위를 피해 에어컨 바람이 시원한 실내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골퍼도 부쩍 늘었다. 스크린골프업체 골프존에 따르면 폭염이 기승을 부린 지난 7월 말 전국 골프존 스크린 골프 라운드 수는 6월 평균보다 약 12% 증가했다. 111년 만의 폭염이 전국을 강타한 지난 2일에는 17%나 급증하기도 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손장순 골프존 부장은 “본격적인 휴가철인 8월에는 고객 수가 줄어드는 게 보통인데, 필드보다 시원한 스크린 골프장을 찾는 고객 수요가 늘어나면서 뜻하지 않은 ‘폭염특수’가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골프존은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골프존을 찾는 신규 스크린 고객들에게 추첨을 통해 거리측정기, 드라이버 등 선물을 나눠주는 판촉행사를 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