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최경주·양용은 선배들처럼… 독기 품고 '늦깎이 神話' 도전"
“부모님이 저만 보면 ‘이렇게 잘할 줄 알았으면 일찍 시킬 걸’이라고 입버릇처럼 말씀하시죠.”

한국프로골프(KPGA)투어 하반기 대회를 위해 최근 경기 안성시 신안CC 연습장에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이한구(28·사진)는 최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이처럼 말했다. 그는 지난달 8일 전북 군산CC에서 열린 NS홈쇼핑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준우승하며 언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일반적인 프로선수들이 초등학교, 아무리 늦어도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골프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이한구는 고교 2학년이 돼서야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다. 그는 공부를 잘하는 친형을 따라 뉴질랜드에 유학을 갔는데 거기서 우연히 골프를 접했다고 한다.

이한구는 “부모님이 어렵게 형을 유학 보내 내 골프 생활까지 지원할 여유가 없었고 그래서 독하게 골프를 쳤다”며 “하지만 그럴수록 스스로 압박감을 줬고 2011시즌 이후 올해 전까지 1부 무대를 밟지 못했다”고 했다.

올 시즌 시드전을 통해 조건부로 대회에 참가하고 있다. 군산CC 전북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며 개인 최고 성적을 기록했다. 그가 받은 준우승 상금 5000만원은 그가 7년간 투어를 뛰며 번 2800만원의 두 배 가까운 액수다. 이한구는 “내겐 우승보다 훨씬 더 값진 준우승이었다”며 “내 골프 인생에 희망을 찾은 대회였다”고 말했다.

그의 최종 목표는 1승과 함께 최경주(48)와 양용은(46)의 뒤를 잇는 것이다. 최경주는 역도를 하다 수산고에 입학하면서 골프를 시작했고, 양용은은 고교 졸업 후 골프공을 줍는 아르바이트로 처음 골프를 접하고 정상에 오른 대표적인 ‘늦깎이 골퍼’들이다.

이한구는 “한국에서 가장 위대한 골퍼인 최경주 프로와 양용은 프로 모 두 골프를 늦게 시작했다”며 “지금처럼 포기하지 않고 노력한다면 나도 선배님들처럼 위대한 선수가 될 것이라는 믿음을 잃지 않고 계속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