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퀸 박지은의 MUST 골프
(3) 스코어 망치는 '템포 건망증'

근육 경직·불안감 등으로 스윙 템포가 갑자기 빨라져
첫 홀부터 OB나기 '다반사'

백스윙과 다운스윙 템포는 일정해야 티샷 실수 안해

25%→50%→75%→100%…4단계 속도 정해 놓고 연습
'75% 템포' 몸에 익혀두면 거리·방향 다 잡을 수 있어
박지은은 “골퍼마다 자신만의 템포가 있다”고 했다. 스윙할 때 몸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속도를 찾기 위해선 어드레스(가운데)한 뒤 백스윙(왼쪽)과 다운스윙, 피니시(오른쪽)를 같은 템포로 하는 ‘대칭 스윙 훈련’이 효과적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박지은은 “골퍼마다 자신만의 템포가 있다”고 했다. 스윙할 때 몸이 흔들리지 않고 균형을 잡을 수 있는 최적의 속도를 찾기 위해선 어드레스(가운데)한 뒤 백스윙(왼쪽)과 다운스윙, 피니시(오른쪽)를 같은 템포로 하는 ‘대칭 스윙 훈련’이 효과적이다. /신경훈 기자 khshin@hankyung.com

골프 좋아하는 분들 보면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라 전체가 가마솥처럼 펄펄 끓는 요즘에도 폭염쯤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뙤약볕 밑에서 샷을 날리는 걸 보면 그렇습니다. 그만큼 골프가 매력적인 운동이라는 얘기겠죠. 저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를 뛸 때 더위가 심해지면 물에 적셔 얼린 작은 손수건 여러 장과 얼린 생수통을 함께 싸서 가져가곤 했는데, 꽤 괜찮은 휴대형 냉장고가 됐습니다. 골프를 오래도록 즐기려면 건강부터 챙겨야겠죠. 여름 골프는 채비가 절반인 듯합니다.

티샷 실수의 99%, 빨라지는 템포!

18홀 내내 짜릿하고 즐거운 느낌을 유지하고 싶다면 정말로 중요한 게 첫 티샷입니다. 실수하면 1타 또는 2타를 잃어버리게 되는데 엄청난 리커버리가 있어야만 복구가 가능한 만큼 정말로 피해야 할 일입니다. 최소한 버디나 이글 1개 이상을 잡아내야 하니까요. 티샷을 망친 기분을 빨리 수습해야 하는 스트레스는 별도로 하더라도, 첫 홀부터 부채를 잔뜩 짊어지고 시작하는 상황이니 즐거움이 반감될 수밖에 없습니다.

아마추어들을 가만히 관찰해보면 유난히 티샷 실수가 많습니다. 라운드 전날 업무가 과했거나 과음한 것 등 육체적 피로가 쌓였을 때는 물론이고 동반자에게 경계심이나 경쟁심이 지나친 날, 습관적 샷 실수에 대한 불안 같은 심리적 요인도 있고요. TV나 인터넷에서 본 새로운 기술을 충분한 연습 없이 적용하다가 화를 부르는 일도 더러 있습니다.

이런 티샷 실수를 가장 많이 일으키는 건 템포(속도)의 변화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거의 99%가 이로 인해 뜻하지 않은 신체 동작이 튀어나오고, 동작 순서까지 엉켜 임팩트 때 클럽 헤드가 열리거나 닫히는 불상사가 터져나옵니다. 이런 슬라이스와 훅을 포함해 뒤땅, 토핑, 생크 등 ‘아마추어의 5적(敵)’으로 불리는 대다수 미스샷도 사실은 이 템포가 무너져서 나오는 일이 흔합니다. 물론 초보자는 딱히 자기의 템포라고 할 게 없으니 무너질 것도 없다고 느낄지 모르겠습니다. 느렸다가, 빨랐다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많아서죠. 하지만 그럴수록 거리, 방향성 훈련에 앞서 자기만의 템포를 찾아내고 잡아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좌우가 똑같은 75%의 ‘황금률’ 찾아야

일관된 템포를 확보하려면 네 종류의 스윙 템포를 먼저 정해놔야 합니다. 전제조건은 백스윙과 다운스윙의 템포가 같아야 한다는 겁니다. ‘하나-둘-셋’이란 속말로 백스윙을 했다면, ‘둘-둘-셋’으로 다운스윙부터 피니시까지 똑같이 수행해야 한다는 얘기죠.

이렇게 ‘좌우가 똑같은’ 템포로 25%의 속도로 스윙해보고, 이어 50%, 75%, 100%로 속도를 올려 연습한 뒤 마지막에 75%짜리를 집중적으로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합니다. 75%의 템포는 평균적인 신체조건을 지닌 골퍼가 거리와 정확성을 가장 효율적으로 낼 수 있는 속도라고 많은 전문가가 말합니다. 사람마다 70%일 수도 있고, 80%일 수도 있지만 중요한 건 자기만의 ‘황금률’을 찾아 지키는 일입니다. 부치 하먼은 제게 “너의 몸에 내재된 자연스러운 템포를 찾아내라”고 자주 말했습니다.

‘일파만파’일수록 첫 티샷에 집중해야

“첫 세 홀은 네 명의 동반자 스코어가 다 파로 인쇄돼 있다”는 농담을 주고받는 게 한국 골퍼들의 유머와 여유입니다. 첫 티샷 실수가 잦은 분이라면 이 ‘일파만파’ 주의야말로 엄청난 발명이자, 보배 같은 존재일 수 있겠습니다. 맞습니다. 골프는 즐겁고 건강하면 되는 일입니다.

하지만 더 즐거운 골프는 집중과 긴장이 겹칠 때 가능하다고 봅니다. 골프는 엄연히 성적이 나오고 승패가 갈리는 스포츠입니다. 더 나은 실력, 일관된 스윙을 지향하는 분들이라면 일파만파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이라 해도 자신만의 템포로 티샷을 하는 데 문제가 없어야 합니다.

프로들은 첫 티샷부터 마지막 티샷까지 똑같은 템포로 스윙합니다. 더 잘 쳐야겠다거나, 집중해야겠다는 식의 의식 변화는 오히려 부작용이 될 우려가 있어 그냥 무아지경의 샷을 지향합니다. 챔피언은 ‘집중 자체를 잊을 만큼 집중하는’ 고도의 집중이 가능할 때 얻을 수 있는 선물입니다.

박지은 < 골프칼럼니스트·前 LPGA투어 프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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