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 더블보기' 고비 못 넘긴 우즈, 메이저 경쟁력은 입증
타이거 우즈(미국)가 메이저 무대에서 우승을 다툴 경쟁력을 되찾았다.

우즈는 23일(한국시간) 끝난 제147회 디오픈에서 공동 6위에 올랐다.

2016년과 작년에 한 번도 메이저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부상에서 복귀한 뒤 처음으로 메이저대회에서 톱 10에 입상했다.

올해 그는 마스터스에서 32위에 머물렀고, US오픈에서는 컷을 통과하지 못했다.

우즈가 메이저대회에서 톱 10에 이름을 올린 것은 2013년 디오픈 공동 6위 이후 5년 만이다.

단순한 톱 10 입상이 아니라 3라운드와 최종 라운드에서 리더보드 맨 윗줄을 차지하면서 우승 경쟁을 벌였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우즈는 이번 디오픈에서 우승 문턱까지 다다랐다.

선두 그룹에 4타 뒤진 공동 6위로 최종 라운드에 나섰던 우즈는 "디오픈 최종일에 4타차는 아무것도 아니다"면서 역전 우승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런 기대감은 현실이 될 뻔했다.

우즈는 4번 홀(파4)에서 최종 라운드 첫 버디를 잡았다.

5m 버디 퍼트가 들어가자 주먹을 불끈 쥔 우즈의 표정은 "이제 시작이야"라고 말하는 듯했다.

6번 홀(파5)에서는 299야드를 남기고 두 번째 샷을 쳐 그린 앞 프린지까지 볼을 보냈다.

사실상 투온이었다.

두 번의 퍼트로 버디를 잡아내자 선두와는 2타차로 좁혀졌다.

8번 홀(파3)과 9번 홀(파4)에서 잇따라 볼을 항아리 벙커에 빠트렸지만, 환상적인 쇼트게임으로 모두 파로 막아냈다.

앞서 있던 선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면서 10번 홀을 마쳤을 때 우즈는 단독 선두에 올랐다.

미루고 미뤘던 메이저 15승과 PGA투어 80승이 눈앞에 보이는 듯했다.

우즈는 2008년 US오픈에서 우승한 뒤 10년째 메이저 정상에 서보지 못했고 PGA투어 대회 우승도 2013년 브리지스톤 인비테이셔널 이후 5년 동안 없었다.

우즈가 디오픈에서 우승한다면 잭 니클라우스(미국)의 메이저 최다승(18승)에 3승 차이로 따라붙고 샘 스니드(미국)의 PGA투어 최다승(82승)에는 2승 차로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러나 고비가 찾아왔고, 우즈는 이 위기를 넘지 못했다.

11번 홀(파4)에서 우즈의 두 번째 샷은 악성 훅에 가깝게 왼쪽으로 크게 휘어졌다.

갤러리를 맞고 튀어나오지 않았다면 더 나쁜 상황을 맞을 판이었다.

우즈는 "러프에서 볼을 치는데 풀이 클럽을 휘감았다"고 말했다.

로브샷으로 시도한 세 번째 샷은 그린에 미치지 못했다.

그린 밖에서 퍼터로 굴린 네 번째 샷은 홀을 3m나 지나쳤고, 보기 퍼트는 홀을 외면했다.

얼굴이 굳어진 우즈는 12번 홀(파4)에서도 실수가 이어졌다.

티샷이 러프에 떨어졌고 그린까지는 250야드나 남아 있어 도저히 두 번 만에 그린까지 갈 수가 없었다.

세 번 만에 그린에 올라와 퍼트 2번으로 보기를 적어냈다.

2개 홀에서 3타를 잃은 우즈는 사실상 우승 경쟁에서 탈락했다.

빠르고 강한 스윙에서 뿜어나오는 장타와 2번 아이언으로 볼을 크루즈 미사일처럼 날리는 기술 등은 예전과 다를 바 없지만, 아직 정신력에서는 완벽한 부활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평가가 나온 이유다.

우즈는 "실수가 몇 차례 나왔다.

9언더파를 치면 우승할 수 있다고 봤는데 9언더파를 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3, 4라운드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친 우즈는 특히 경기력에서는 어떤 선수에도 뒤지지 않아 투어 대회는 물론 메이저대회 우승 가능성을 활짝 열어젖혔다.

우즈의 부활은 흥행으로 이어졌다.

디오픈을 주관한 R&A는 올해 디오픈 참관 갤러리가 17만2천 명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는 커누스티 골프 링크스에서 치러진 디오픈 사상 최다 관중 기록이다.

3라운드부터 몰려든 구름 관중 상당수는 돌아온 '황제' 우즈의 경기 모습을 보러왔다고 대회 주최 측은 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