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go) 타이~거!”

22일(한국시간) 스코틀랜드 앵거스의 카누스티 골프링크스(파71·7402야드). 타이거 우즈(43·미국)가 이날 열린 디오픈 3라운드에서 18번홀(파4) 퍼트를 성공시켰을 때였다. 버디가 아니라 파세이브였다. 그런데도 스탠드 갤러리들이 일제히 함성을 질러대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골프채널은 “2006년 우즈가 디오픈에서 우승했을 때 같은 분위기가 다시 조성되고 있다”며 덩달아 흥분했다. 선두그룹에 4타나 뒤져 있다는 점은 아무런 문제도 되지 않는 듯했다. ‘어디로 튈지 모를’ 마지막 4라운드가 남아 있다는 점도 개의치 않는 듯했다. 147회째나 되는 최고의 대회에서 그가 다시 우승경쟁을 시작했다는 사실 자체가 카누스티를 용광로처럼 들끓게 했다.

디펜딩 챔피언인 조던 스피스(미국)가 이날 6타를 추가로 덜어내며 케빈 키스너, 젠더 쇼플리(이상 미국)와 함께 9언더파 공동 선두에 올라섰다.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도 1타를 줄여 우즈와 같은 5언더파 공동 6위로 ‘기회’를 살려냈다. 4타 차 범위에서 ‘과거의 골프황제’ 우즈와 ‘차세대 골프황제’ 2명(스피스, 매킬로이)이 진검승부를 벌이는 흥미로운 구도가 디오픈에서 처음 이뤄진 것이다. 우즈가 디오픈에서 세 번째 우승을 한 2006년, 매킬로이와 스피스는 각각 17세와 13세였다. 둘 다 우즈의 일거수일투족을 보며 스타 골퍼의 꿈을 키운 ‘타이거 키즈’들이다.

스피스는 3라운드를 마친 뒤 “우즈와 함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경쟁을 하는 꿈을 꾸면서 자랐다. 그게 현실이 됐다”며 감격해했다. 팬들 역시 처음으로 이뤄진 이 구도에 열광했다.

이날만큼은 우즈가 전성기를 방불케 했다. 4번, 6번홀에서 버디를 잡아내며 예열을 시작한 우즈는 9번홀에서 50㎝짜리 탭인 버디를 추가한 뒤 11번홀까지 3홀 연속 버디를 잡아냈다. 우즈가 우승이라도 한 듯 갤러리들이 다시 한번 함성을 토해내며 환호했다. ESPN은 “올드 타이거가 아니라 프라임(전성기) 타이거가 재림한 듯하다”고 평했다.

투어 프로들까지 2007년 이후 처음 디오픈에서 언더파를 친 우즈의 선전에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우즈는 이날 여섯 번째 버디를 잡아낸 14번홀(파5)에서 잠시 리더보드 맨 꼭대기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그와 함께 3라운드 동반 플레이를 한 션 노리스(남아프리카공화국)는 “신화 속의 한 주인공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즐거웠다. 유일하게 대회를 즐기지 못한 이는 구름 갤러리에 가려 내 플레이를 보지 못한 우리 어머니”라며 웃었다.

디오픈 2라운드에서 커트 탈락한 이언 폴터(영국)는 자신의 트위터에 우즈의 이름이 맨 위로 올라간 리더보드 사진을 올리고 “우즈 때문에 이렇게 흥분된 적이 없었다”고 썼다.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의 친형인 프로골퍼 에도아르도 몰리나리 역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이런 리더보드를 보게 되리라 생각하지 못했다. 마지막 라운드가 남았지만 이것만으로도 너무 즐겁다”고 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