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코스가 너무 쉬었던 거 아니에요?”

김세영이 아니카 소렌스탐(스웨덴)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최다 언더파 기록(27언더파)을 넘어 어니 엘스(남아공)가 들고 있던 ‘남녀 통합 최다 언더파 타이 기록(31언더파)’까지 내달리자 나온 일부 네티즌의 반응이다.

코스가 대체로 평이했다는 건 맞는 지적이다. 2라운드 커트 탈락 성적이 2언더파였다는 점이 우선 이런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페어웨이가 넓고 러프가 그다지 길지 않으며, 위험지점에 자리잡은 벙커나 워터해저드가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열린 3개의 메이저대회 커트라인이 각각 13오버파(ANA인스퍼레이션), 20오버파(US여자오픈), 20오버파(KPMG챔피언십)였다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31언더파 기록의 의미가 줄어드는 건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올해 열린 18개 LPGA투어 대회 가운데 20언더파 이상 성적으로 우승한 경우가 세 번이고, 2위가 21언더파를 친 경우(혼다클래식)도 있다. 이 대회 역시 이 정도, 또는 그 이하 스코어를 예상하고 코스 난이도를 설정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창설 대회에서 캐서린 커크(미국)가 22언더파를 쳐 우승한 것을 기준삼으면 그렇다.

김세영은 이런 기준과 예상을 완전히 뛰어넘었다. 그야말로 ‘그분이 오신 날’처럼 샷과 퍼팅이 모두 폭발한 것이다. 김세영에게 9타 뒤진 22언더파를 친 2위(카를로타 시간다) 기록이 오히려 정상적인 타수에 가깝다는 얘기다.

고덕호 프로는 “코스가 전반적으로 평이한 것은 맞지만 그렇다고 대기록을 세우는 데 절대적으로 유리한 것은 아니다. 코스와 선수의 궁합, 샷실력, 나흘간의 체력안배, 고도의 집중력 등 네 박자가 잘 맞아떨어져야 가능한 결과”라고 김세영 프로의 선전을 평가했다.

실제 66명의 커트탈락 선수 가운데 27명이 오버파를 쳤다. 박성현, 지은희, 유선영 등 메이저 챔프도 여기에 포함됐다. 조던 스피스가 30언더파 262타로 우승한 2016년 현대토너먼트오느챔피언스에서도 스피스의 절친이자 라이벌인 저스틴 토머스(PGA 최저타 253타 기록 보유자)는 281타를 쳐 공동 21위에 올랐다. 스피스와 타수 차가 19타나 났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