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은은 LPGA투어 메이저 챔프의 노하우를 빠짐없이 한경 독자에게 ‘선물’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믿음과 인내심을 갖고 본다면 꼭 결실을 볼 것”이라고 독자의 관심을 당부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박지은은 LPGA투어 메이저 챔프의 노하우를 빠짐없이 한경 독자에게 ‘선물’하겠다며 다부진 각오를 내비쳤다. “믿음과 인내심을 갖고 본다면 꼭 결실을 볼 것”이라고 독자의 관심을 당부했다. /허문찬 기자 sweat@hankyung.com
‘그레이스 박, 버디 퀸, 매치플레이 여제….’

박지은(40)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수식어들이다. 지금은 두 딸의 엄마, 주부, 골프해설가(SBS골프) 등 ‘1인3역’으로 꼬리표가 사뭇 달라졌지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통산 6승, 아마추어 통산 55승 등의 ‘전설의 기록’은 변함없는 박지은의 아우라다. 2004년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파피의 연못(poppy’s pond)’에 뛰어들며 환호하던 그의 모습은 아직도 골프 애호가들에게 선명하게 기억된 명장면이다.

‘LPGA 퀸’ 박지은이 다음주부터 한국경제신문 골프 칼럼니스트로 독자를 찾아간다.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나 근황과 소감, 집필 계획 등을 들었다.

박지은은 한때 하루짜리 원포인트 행사 초청료가 15만달러(약 1억5000만원)에 달하던 특급 레스너였다. 2012년 은퇴를 선언한 뒤엔 자선행사에만 주로 모습을 드러낼 뿐 상업적 레슨을 삼갔다.

“사업가인 남편이 구력 10년의 골프마니아예요. 제가 원래 참견을 잘 안 하는 편인데, 잘 치고 싶은 마음과 그렇지 못한 현실 사이에서 방황하는 걸 지켜보면서 아마추어의 고민이 뭔지를 조금씩 이해하겠더라고요.”

메이저 챔프의 눈과 주말골퍼의 눈을 오가며 깨달은 골프의 모습은 사뭇 달랐다. 골프의 정체가 이제야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골프가 안 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다 있다는 설명이다.

박지은은 아마추어 골퍼의 문제점을 대략 3가지 정도로 정리했다. 첫 번째가 너무 많은 골프 지식.

박지은이 2004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우승컵에 입맞추고 있다. /한경DB
박지은이 2004년 LPGA 투어 메이저대회인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을 제패한 뒤 우승컵에 입맞추고 있다. /한경DB
“인터넷 동영상, TV 방송, 책, 골프 동반자 등 엄청난 정보채널을 통해 쌓은 지식이 너무 많아서 서로 충돌하는 이론을 적용하는 등의 부작용이 심각해요.”

사람마다 체형이 다르고 동작 메커니즘이 다 다른데, 하나의 테크닉을 만병통치약처럼 받아들여서 발생하는 ‘소화불량’이다. 몸으로 쳐야 할 골프를 머리로, 말로 치려 한다고 지적했다.

두 번째가 기본의 가치를 무시하고 생략하는 오만이다. 그는 “골프 스윙에 정답은 없다”면서도 “만유인력처럼 절대적으로 통하는 근본이 골프에도 있다”고 강조했다. 근본이 바로 서면 길이 열린다는 ‘본립도생(本立道生)’쯤이 되겠다.

“눈이 번쩍 뜨이는 골프 비책을 너무 좋아들 합니다. 여유가 없는 주말골퍼들이기 때문에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하긴 하지만, 부작용 같은 반대급부가 꼭 있다고 생각해야 해요. 안정적으로 오래 효과를 주는 최상의 골프가 완성될 때는 가장 기초에 충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는 “칼럼이 누구나 다 아는 내용으로 비칠 수도 있다는 걸 감수하고라도, 근본(fundamental)에 충실한 골프를 우직하게 전달하고 싶다”고 말했다.

마지막이 투자하지 않고 수익을 노리는 요행수 바라기다. 이론을 접하면 오랜 연습으로 몸에 익히는 과정이 필요한데도, 곧바로 필드로 달려가는 성급한 골퍼가 의외로 많더라는 얘기다. 네이티브 영어를 구사하는 그는 영어의 학습단계를 비유로 들었다.

“영어의 기초가 풍부한 단어인데, 실전이 더 중요하다는 데에만 초점을 맞추고 무작정 시행착오를 자초하려고 합니다. 반복하고, 또 반복해야 겨우 도달할 수 있는 단계를 한꺼번에 뛰어오르려 하니까 실력 향상이 더디고 오히려 실력이 퇴보하는 경우도 많아요.”

그는 LPGA에서도 소문난 연습벌레로 통했다. 24시간 중 밥 먹는 시간을 빼곤 연습에 몰입해 ‘제발 그만 좀 집에 들어가자!’는 아버지(박수남 삼원가든 회장)의 통사정을 수없이 들었다. 과도한 연습으로 그는 허리 부상을 달고 살았다.

박지은은 “1타를 줄이기 위해서라도 최소한의 투입 연습량이 있다”며 “다만 효율적인 연습방법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칼럼의 주제를 ‘싱글로 가는 머스트(must) 골프’로 잡은 것도 그래서다. 세세한 골프기술보다는 핸디캡에 상관없이 누구나 꼭 익히고 이해해야 할 근본에 가까운 골프를 독자와 나눌 작정이다.

그의 가장 큰 지식자산인 ‘박지은 노트’도 처음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그는 타이거 우즈(43)의 스승으로 유명한 부치 하먼 등 초등학교 4학년부터 은퇴 때까지 그를 가르친 모든 대가의 레슨을 빠짐없이 메모로 남겼다.

“오랜만에 시작하는 거라 사실 부담이 커요. 제 생각을 다시 정리할 기회이기도 해서 설레기도 합니다. 믿고 보는 박지은 칼럼이 되도록 노력할 테니, 많은 격려 부탁드릴게요.”

박지은 프로는 …

박지은 프로 "비책이요?… 근본이 튼튼한 골프 알려드리죠"
△1979년 서울 출생
△리라초교, 미국 호라이즌고, 애리조나주립대·이화여대 사회체육학부 졸업, 고려대 체육학 석사
△초등학교 4학년 골프 입문
△US여자아마추어 우승 등 아마추어 통산 55승
△2000년 LPGA 데뷔
△2004년 크래프트나비스코챔피언십(메이저대회) 우승 등 통산 6승
△2012년 은퇴
△SBS골프 해설위원(현)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