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의 포토맥TPC(파70·7107야드)에서 2일(한국시간) 끝난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퀴큰론스내셔널(총상금 710만달러)에서는 71년 만에 나온 이탈리아 국적 선수의 우승보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미국·사진)의 행동 하나가 더 큰 관심을 끌었다.

우즈는 아마추어 시절 핑 앤서2, 프로로 전향한 뒤에는 스코티캐머런 뉴포트 넘버2 GSS 등 일자형 헤드 모양의 블레이드 퍼터를 고집했다. 그런 그가 다른 모양 퍼터를 이번 대회장에 들고 나왔다. 우즈가 들고 나온 퍼터는 헤드 뒷부분이 툭 튀어나온 테일러메이드 아드모어3라는 말렛형 퍼터였다. 말렛형 퍼터는 블레이드 퍼터보다 직진성이 더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대신 거리감을 잡기가 어렵다. 그린 위 옛 영광을 그리워하던 우즈가 고심 끝에 장착한 신무기였다.

우즈의 실험은 성공적이었다. 그는 이날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버디 6개와 보기 2개를 섞어 4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 합계 11언더파 269타로 공동 4위에 올랐다. 우즈는 지난 3월 발스파챔피언십 준우승, 아널드파머인비테이셔널 공동 5위 이후 시즌 세 번째 톱10을 기록했다.

우즈는 대회 1라운드에서 새 퍼터 적응에 애를 먹은 듯 퍼팅 이득타수(strokes gained-putting)에서 -1타 이상을 기록했다. 하지만 라운드를 거듭할수록 퍼트 수를 줄이더니 4라운드에선 3타 가까운 퍼팅 이득타수를 기록하며 전성기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퍼팅 능력을 뽐냈다.

우즈는 “(새 퍼터) 느낌이 좋다, 정말 좋다”며 “좋지 않은 퍼팅도 들어가는 것처럼 보이는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퍼팅으로 고생할 땐 좋은 퍼팅이 나와도 기뻐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20피트(약 6m) 밖 퍼팅도 들어가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대회 우승컵은 21언더파 259타를 기록한 프란체스코 몰리나리(이탈리아)가 차지했다. 이탈리아 선수가 PGA투어에서 우승한 건 71년 만이다. 강성훈(31·CJ대한통운)은 합계 12언더파 268타로 단독 3위에 오르며 모처럼 상위권으로 대회를 마쳤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