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황제’ 타이거 우즈(미국)가 보기 드문 실험을 시작했다. 오랫동안 즐겨 쓰던 일자형(블레이드형) 퍼터를 내려놓고 반달형(말렛형) 퍼터를 들고 나왔다. 퍼팅 불만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케 하는 고육지책이다.

우즈는 29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주 포토맥의 TPC포토맥(파70·7107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퀴큰론스 내셔널 첫날 버디 2개와 더블보기 1개를 묶어 이븐파 70타를 쳤다. 우즈는 리키 파울러(미국), 김시우 등과 함께 공동 48위로 대회를 출발했다.

우즈는 그동안 애용하던 스카티 카메론 뉴포트2를 백 속에 넣고, 테일러메이드의 아드모어3 말렛퍼터를 이날 사용했다. 우즈는 드라이버와 아이언 등은 몇 차례 바꾼 적이 있다. 하지만 퍼터를 바꾸는 것은 드문 일이다. 전 후원사인 나이키와의 계약으로 인해 2011년 마스터스 대회 등을 포함해 몇 차례만 말렛퍼터를 썼을 뿐이다. 메이저 트로피 14개 중 13개를 일자형 퍼터를 써서 들어 올렸다.

이번 실험은 그다지 신통치 않았다. 우즈는 여러 차례 버디 기회를 잡았지만 2개(14번홀, 16번홀)의 버디만 잡아내는 데 그쳤다. 14번홀은 긴 어프로치에 이은 1m짜리 버디 퍼트였고, 16번홀은 약 3m짜리였다. 이날 우즈의 퍼팅이 경기에 기여한 지수(스트로크 게인드 퍼팅)도 120명의 출전선수 중 92위로 나타나 올 시즌 전체(89위)와 비교할 때 큰 차이가 없었다.

우즈는 그러나 새 퍼터의 데뷔전에 긍정적인 점수를 줬다. 그는 “퍼터를 바꾼 것은 기술적인 부분에 주목했기 때문”이라며 “그루브가 잘 새겨져 있어 공을 좀 더 빨리 효과적으로 굴릴 수 있다는 게 맘에 든다”고 말했다. 대회장인 TPC포토맥의 그린이 느린 편이어서 새로 바꾼 퍼터가 잘 먹힐 것으로 기대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그린 라인을 잘못 읽었을 뿐 좋은 퍼팅을 많이 했다”며 “내가 본 라인에 따라 원하는 속도로 공을 굴릴 수 있었다는 것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이 대회는 우즈가 2007년 ‘타이거우즈 재단’을 통해 창설한 대회다. 우즈는 2009년과 2012년 이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