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톱' 되살린 한국축구… 한 발 더 뛴 투혼으로 '기적' 썼다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월드컵 조별리그 F조 독일과 한국전이 한국의 2-0 승리로 끝난 28일(한국시간). 세계 주요 언론의 스포츠 뉴스는 FIFA 랭킹 1위 독일의 몰락, 그리고 한국 축구가 쓴 기적의 드라마를 헤드라인으로 다뤘다. 이날만큼은 월드컵 주인공이 한국이었다.

한국 축구의 강점으로 꼽히던 투지의 실체는 결국 상대보다 한 발 더 뛰는 근성이었다. 돌이켜보면 한국 축구의 2002년 한·일월드컵 성공은 지치지 않는 체력을 앞세워 상대를 가리지 않고 압박하는 방법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한국의 장점은 첫 경기 스웨덴전과 2차전인 멕시코전에서 발휘되지 못했다. 한국 선수들은 스웨덴과의 경기에서 103㎞를, 멕시코전에서는 100㎞를 채우지도 못했다. 한국은 독일전에서 무려 118㎞를 뛰었다. 전반에만 56㎞를 넘게 뛴 한국은 추가 시간이 길어진 후반전에도 멈추지 않고 독일을 압박했다. 세계 강호들을 상대로 주눅 들지 않는 한국 고유의 축구 색이 살아나는 순간이었다. 스피드가 강점인 한국은 빠른 역습과 세트피스로 강호들을 격침할 수 있음을 증명했다.

한국은 또 아킬레스건으로 꼽히던 수비에서 김영권(28·광저우 에버그란데), 수문장 조현우(27·대구FC)를 발굴하는 성과를 거뒀다. 두 선수 모두 다음 대회인 2022년 카타르월드컵까지 우리나라의 주축으로 뛸 수 있는 나이다.

한국은 독일전에서 승리했지만 목표한 16강 이상의 성적은 결국 달성하지 못한 게 현실이다. 특히 독일과의 경기 이전까지만 해도 세계 무대와 격차만 확인하고 있던 한국이다. 방송 해설을 맡은 ‘레전드’ 박지성 SBS 축구해설위원(37)과 이영표 KBS 축구해설위원(41)을 비롯해 축구인들이 승리에 도취하지 않고 자성의 목소리를 내는 이유다. 박지성 위원은 “비록 오늘 좋은 경기를 펼쳐 유종의 미를 거두긴 했지만 한국 축구가 해결해야 할 숙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월드컵을 조기에 마감한 한국 축구대표팀의 다음 대회는 내년 1월 열리는 아시안컵이다. 한국은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향한 첫 여정이 될 아시안컵을 앞두고 새 판이 짜일 가능성이 높다.

신태용 감독의 임기는 7월 말까지다. 아시안컵 전까지 계약을 연장하거나 또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는 등 확정 작업이 우선 이뤄질 전망이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표팀이 귀국하는 대로 신태용호의 월드컵 준비 과정과 본선 성적을 평가해 개편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 현재로선 새 감독 선임 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