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 '단교 갈등' 월드컵까지 번져
[월드컵] 사우디 "카타르가 5-0 패배 조롱… FIFA에 제소"
"개막전에서 5대 0이라니…카타르엔 큰 점수지만 8대 0으로 지는데 익숙한 팀(사우디아라비아)엔 일상적인 스코어다."

"사우디 축구협회 관계자를 모두 잘라야 한다. 사우디의 월드컵 참가는 걸프, 아랍, 아시아의 수치다."

14일(현지시간) 열린 2018 러시아 월드컵 개막전에서 러시아에 0대 5로 참패한 사우디가 단교 갈등을 빚는 카타르가 이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조롱했다면서 국제축구연맹(FIFA)에 제소했다고 19일 밝혔다.

사우디축구연맹은 이날 낸 성명에서 "카타르가 소유한 스포츠 채널 beIN스포츠(이하 beIN)의 월드컵 해설자와 캐스터가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기를 정치화했다"면서 "FIFA에 이에 대한 공식 조사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발표했다.

이어 "beIN은 월드컵을 해설한다면서 정치적 메시지를 내보냈고 사우디의 지도자들을 조롱해 FIFA의 규율을 어겼다"면서 "(사우디에 대한) 증오를 중동의 축구팬에게 확산하고 선동하려는 목적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eIN이 소유한 월드컵 중계권을 박탈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후세인 압둘가니, 마지드 압둘라 등 사우디의 전직 유명 축구선수들은 FIFA가 beIN을 징계해야 한다는 온라인 청원에 서명했다.

사우디가 문제삼은 beIN의 방송은 사우디와 러시아의 경기 뒤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분석·해설 프로그램이다.

여기에서 출연자들은 "사우디가 참패했지만 미국이 2026년 월드컵 개최권을 딴 게 더 기쁘므로 사우디 축구협회는 아무렇지도 않을 것"이라거나 "사우디는 축구 대패 뒤 항상 감독을 희생양 삼아 감독을 잘랐는데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말했다.

또 "사우디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문제를 외면했듯이 (같은 아랍계인) 모로코의 2026년 월드컵 개최국 경쟁에서도 쉽게 배신(미국에 표를 줬다는 뜻)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러시아에 진 뒤 사우디 주장은 '내가 왕세자 앞에 모두 책임지겠다'고 했는데 그럼 사우디 국왕은 뭐가 되느냐. 사우디는 국왕이 왕세자보다 더 높지 않으냐. '국왕 앞에 책임지겠다'고 해야 했다"고 비난했다.

"대패한 사우디 선수와 감독은 (부패혐의를 받은) 왕자들처럼 리츠칼튼 호텔에 감금돼야 한다.

2011년엔 월드컵도 아닌 아시안컵에서 사우디는 일본에 5대 0으로 패배한 팀이다"라는 해설자의 말도 방송됐다.

사우디 등 지난해 6월 카타르가 테러조직을 지원하고 이란과 우호적이라면서 단교하고 인적, 물적 교류를 중단했다.

이후 양국은 여러 사안을 놓고 외교적 충돌을 빚었다.

beIN은 카타르 사업가이자 프랑스 프로축구클럽 파리 생제르맹의 구단주 나세르 알케라이피가 소유한 beIN미디어그룹의 자회사로, 중동지역 월드컵 독점 중계권자다.

단교 직후 사우디는 beIN의 방송을 차단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