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25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 4라운드 경기 5번홀에서 김지영 선수가 티샷하고 있다. /한경DB
지난해 6월25일 경기 안산시 대부도 아일랜드CC에서 열린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7’ 4라운드 경기 5번홀에서 김지영 선수가 티샷하고 있다. /한경DB
그리스 신화 속 요정 세이렌은 매혹적인 노랫소리로 사람을 홀렸다. 절벽과 암초로 둘러싸인 섬에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켰다. 이타카의 왕 오디세우스는 선원들에게 “귀를 밀랍으로 막으라”고 지시했다. 자신도 몸을 돛대에 묶고 나서야 세이렌의 유혹을 이겨냈다.

오는 21일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비씨카드·한경 레이디스컵 2018’이 열리는 아일랜드컨트리클럽(웨스트·사우스코스) 15번홀(파3·152야드)은 선수들에게 세이렌 같은 존재다. 이 홀은 14, 16번홀(이상 파4)과 함께 절경을 자랑해 다이아 코브(cove)란 이름이 붙었다. ‘다이아몬드처럼 빛나는 만’이라는 뜻처럼 티잉그라운드에 선 선수들에게 장관을 선사한다. 그리고 그 대가로 타수를 앗아간다.

마(魔)의 15번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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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CC 15번홀은 지난해 대회 때도 선수들이 가장 어려워한 홀이었다. 선수들은 평균 3.22타를 적어냈다. 열 명에 두 명꼴로 보기를 범했다. 그린 왼쪽에 바짝 붙은 해저드와 그린 앞의 깊고 넓은 비치 벙커, 그린 뒤편의 질긴 러프는 세이렌이 서 있던 절벽을 연상하게 한다. 티잉그라운드와 그린 상공의 풍향이 다를 때가 많다. 서해에서 불어오는 해풍 때문이다.

장수연은 “15번홀은 바람이 항상 도는 곳”이라며 “아일랜드CC는 러프가 유난히 강해 공이 빠지면 꺼내기가 힘들다”고 했다.

세이렌처럼 15번홀도 ‘난공불락’은 아니다. 티샷을 높이 띄워 홀을 직접 노리거나 홀과 그린 입구 사이 좁은 공간에 떨어뜨리면 공략이 가능하다. 물론 그린에 부는 바람이 선수의 예상과 맞아 떨어졌을 때 이야기다. 선수 대부분은 공을 그린 왼쪽이나 뒤로 보내기 일쑤다.

지난해 우승자 오지현(22·KB금융그룹)의 우승스코어가 16언더파였을 정도로 아일랜드CC는 박하지 않다. 그러나 15번홀에서 선수들은 파를 잡으면 안도했다. 최종 4라운드에서 69명 중 19명이 보기를, 1명이 더블보기를 범했다. 버디는 4개가 전부였다.

410야드가 넘는 16번홀(파4)도 선수들에겐 경계 대상이다. 이 홀은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원하는 선수들을 긴장시킨다. 긴 전장과 더불어 좁은 그린이 자리잡고 있다.

최진하 KLPGA 경기위원장은 “2단 그린인 16번홀은 핀 위치를 찾기 힘들 정도로 까다롭다”고 했다. 공을 멀리 보내놓고 최대한 짧은 클럽으로 그린을 노려야 원하는 점수를 얻는다.

‘기회의 파5홀’ 지나쳐선 안 돼

아일랜드CC 파5홀은 기회의 장이다. 4번, 6번, 11번, 18번홀은 홀 난도에서 지난해 평균 최하위권을 기록했다. 참가자들은 네 개 홀에서 4점대 후반의 평균 타수를 적어냈다. 적어도 두 개 홀에서 버디를 잡아내야 우승을 기대해 볼 수 있다. 지난해 파5홀에서는 모두 1개 이상의 이글이 나왔고 최종 라운드에선 160개의 버디 중 3분의 1이 넘는 58개의 버디가 파5홀에서 나왔다.

기회가 위기로 돌변할 수도 있다. 지난 대회 파5홀 중 가장 어려운 경기를 펼친 6번홀은 적어도 230m는 보내야 2온을 노려볼 수 있다. 조금이라도 밀리면 페어웨이 우측 해저드에 공이 빠진다. 잘 맞아도 페어웨이 한가운데 입을 벌리고 있는 깊은 항아리 벙커에 빠질 수 있다. 또 페어웨이가 살짝 우측으로 휘어져 있어 장타자는 거리 계산을 잘못하면 똑바로 치고도 OB(아웃 오브 바운즈)의 쓴맛을 보게 된다.

4번홀도 마찬가지다. 거대 해저드가 홀 중간에 버티고 있다. 가늠하기 힘든 해풍에 클럽 선택이라도 잘못한다면 버디는커녕 파도 힘들다는 것이 출전 선수 대다수의 지적이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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