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모나 할레프(1위·루마니아·사진)는 세계랭킹 1위임에도 메이저대회 우승이 없어 ‘무관의 여제’로 불렸다. 2014년과 2017년 프랑스오픈, 올해 호주오픈에서 결승까지 진출했다가 모두 준우승에 그쳤기 때문이다. 메이저대회에 프로 선수들의 참가가 허용된 1968년 이후 여자단식 결승 3경기에 나와 모두 진 선수는 할레프를 포함해 4명이 전부였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오픈 테니스대회(총상금 3919만7000유로·약 516억원)는 할레프의 개인 통산 네 번째 메이저대회 결승 무대였다. 2세트 중반 때까지만 해도 테니스 팬들은 할레프가 또 한 번 눈물을 흘릴 것으로 예상했다. 슬론 스티븐스(10위·미국)에게 1세트를 3-6으로 내준 그는 2세트에서도 게임스코어 0-2로 끌려갔다.

하지만 이전 세트는 할레프의 대관식을 위한 ‘인트로’에 불과했다. 그는 이후 내리 4게임을 따냈고 2세트를 6-4로 뒤집으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이어진 3세트에선 4게임을 연속으로 잡으며 4-0으로 앞섰고 결국 6-1로 세트를 가져왔다. 최종 스코어 2-1. 할레프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하늘 위로 들어올렸다.

할레프는 이번 우승으로 고국 루마니아에 40년 만의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다. 1978년 버지니아 루지치가 루마니아 국적으로 메이저대회 여자단식 정상에 오른 바 있다.

할레프는 또 그동안 경험할 수 없었던 메이저대회 우승상금의 위엄을 경험하게 됐다. 그는 이 대회 우승만으로 220만유로(약 27억8000만원)를 벌어들였다. 이 대회 전까지 그의 올 시즌 누적상금은 약 29억7042만원. 한 대회 우승으로 앞서 18개 대회에서 받은 상금에 버금가는 수입을 올렸다.

할레프는 “지난해 세계 1위가 된 것이 부담으로 작용하기보다는 자신감을 얻는 계기가 됐다”며 “14세 때부터 메이저 우승의 꿈을 꿨고 이왕이면 프랑스오픈에서 하고 싶었다”고 환한 미소를 지었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