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26·한화큐셀)과 이정은6(22·대방건설)는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의 대표 라이벌이다. 둘 다 ‘무명’에 가까웠던 2년 전만 해도 ‘언니 동생’ 하며 살갑게 지내던 관계가 대회 때마다 ‘팽팽한 경쟁관계’로 뒤바뀐 게 지난해 6월 열린 에쓰오일챔피언십(총상금 7억원)부터다.

2016년 둘은 상금 순위 13위(김지현), 24위(이정은6)로 존재감이 그리 크지 않았다. 대신 우승을 향한 목마름이라는 ‘동병상련’을 나눴다. 하지만 제주에서 열린 이 대회는 둘을 ‘가깝고도 먼’ 묘한 관계로 만들어버렸다.

‘지현천하’와 ‘핫식스’ 둘 중 하나만 웃는다

김지현(왼쪽), 이정은.
김지현(왼쪽), 이정은.
김지현이 먼저 선공을 날렸다. 김지현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2라운드까지 이정은에 2타 뒤진 4위로 최종일에 나섰다. 이정은은 시즌 2승을 눈앞에 두고 있었다. 앞서 열린 롯데렌터카오픈(제주)에서 첫 승을 올린 터라 2연속 ‘아일랜드 퀸’을 눈앞에 둔 상황. 하지만 최종일 3라운드에서 김지현은 7언더파를 몰아치는 집중력을 발휘하더니 5타를 줄인 이정은을 연장전으로 끌고 갔다. 이정은은 5차전까지 가는 혈투를 벌였지만 김지현에게 결국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이어 열린 메이저 대회 한국여자오픈에서 이정은은 3라운드까지 단독 선두였다. 첫날부터 마지막날까지 선두를 유지하는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 손에 잡히는 듯했다. 하지만 김지현이 다시 뒤에서 쫓아왔다. 이정은은 결국 마지막날 4오버파를 치는 부진 끝에 김지현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김지현은 2연속 우승을 일궈내며 ‘지현 천하’를 이어가는 고리 역할을 했다. E1채리티오픈(이지현2)부터 시작한 ‘지현 돌풍’은 롯데 칸타타여자오픈(김지현2)으로 연결됐고, 에쓰오일챔피언십(김지현)과 한국여자오픈(김지현), 비씨카드·한경레이디스컵(오지현)으로 이어졌다. 5주 연속 ‘지현 천하’였다.

이정은의 첫 설욕은 그해 9월에 가서야 이뤄졌다. 당시 열린 OK저축은행박세리인비테이셔널에서 그는 1라운드를 2타 차로 김지현에게 뒤졌지만 2라운드에서 12언더파를 치는 기적적인 경기를 펼친 끝에 김지현을 4타 차 3위로 밀어냈다. 둘의 라이벌 구도가 굳어진 계기다.

“작년의 내가 아니야”…핫식스의 반격

8일 제주 서귀포시 엘리시안 컨트리클럽(파72·6535야드)에서 개막한 제12회 에쓰오일 챔피언십은 이정은이 지난해의 아픔을 설욕할 호기. 이정은이 먼저 반격의 서막을 알렸다. 이정은은 이날 보기 1개를 내줬지만 버디 5개를 잡아내 4언더파 68타로 공동 10위로 샷감을 조율했다. 공동 선두인 배선우, 김자영2, 김보령, 남소연, 전우리에게 2타 뒤진 성적인 만큼 선두경쟁을 가시권에 뒀다. 이정은은 후반 13번(파4), 14번(파4), 15번(파5), 16번홀(파3)에서 4연속 버디쇼를 선보이며 물오른 샷감을 과시했다. 이정은은 “생각보다 시차적응이 빨리 된 것 같다. 만족스러운 하루였다. 샷감이나 퍼트감을 좀 더 끌어올린다면 남은 라운드도 잘 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지난주 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여자오픈을 공동 17위로 마친 뒤 곧바로 귀국해 이번 대회에 출전했다.

이정은과 함께 US여자오픈에 출전했던 김지현도 출발이 나쁘지 않았다. 3언더파 공동 21위. 다만 샷감이 들쭉날쭉해 2라운드에서 샷감을 가다듬고 전열을 정비해야 하는 숙제를 받아들었다. 버디 4개에 이글 1개까지 뽑아냈지만 보기 1개와 더블 보기 1개를 범했다.

서귀포=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