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상문(왼쪽부터), 김민휘, 김승혁
배상문(왼쪽부터), 김민휘, 김승혁
“어려운 시기인 것이 사실이지만, 비장한 마음으로 나아가겠다.”

배상문(32)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한 전환점으로 삼겠다는 각오로 참가한 국내 무대에서 첫날부터 전성기 시절 기량을 뽐냈다. 그는 7일 경남 남해 사우스케이프 오너스클럽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데상트코리아 먼싱웨어 매치플레이(총상금 10억원) 첫날 64강전에서 엄재웅(28)을 무려 6홀 차로 꺾고 32강에 진출했다. 배상문은 이번 대회에서 KPGA 코리안투어 통산 10승에 도전한다.

◆배상문, 전성기 시절 버금가는 장타쇼

배상문은 지난해 8월 군에서 전역한 뒤 10월 PGA 투어에 복귀했다. PGA 투어는 배상문에게 예외적으로 2년 동안 시드를 유예해줘 가능했다. 그러나 2년의 공백 기간에 연습량 부족으로 실전 감각이 떨어졌다. 그는 올해 15개 대회에 나섰고 그중 커트 통과는 네 번에 불과했다. 배상문은 국내로 돌아와 연습한 뒤 다음 시즌이 열리는 10월에 PGA 투어로 복귀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다.

배상문은 경기를 앞두고 “기대만큼 성적이 올라오지 않는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이어 “오랜만에 한국으로 들어와서 맛있는 것도 많이 먹고 보고 싶은 사람들도 만났는데 이번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올려 분위기 전환의 계기로 삼고 싶다”고 다짐했다.

편안해진 마음 덕분인지 배상문은 첫날부터 전성기 시절을 연상하게 하는 ‘불꽃샷’을 뿜어냈다. 4번홀(파3) 버디로 앞서나간 그는 533m에 달하는 5번홀(파5)에선 가볍게 이글을 잡아냈다. 티샷을 300m 넘게 보냈다. 232m가 남은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클럽을 선택한 그는 홀 약 5m 거리에 공을 보낸 뒤 가볍게 이글을 낚아챘다. 이후 이글 1개와 버디 2개를 더 잡아낸 그는 상대의 추격 의지를 완벽히 꺾었다. 엄재웅은 최근 KB금융 리브챔피언십에서 공동 5위에 드는 등 상승세였으나 5개홀을 남겨놓고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배상문은 “드라이버 샷, 퍼트 모든 것이 잘 맞는 하루였다”며 “버디 찬스를 많이 만들었고 기회를 잘 잡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 “(32강에서) 이형준과 맞붙는데 자신 있다”고 각오를 전했다.

◆김민휘도 무난히 32강 진출

배상문과 함께 모처럼 국내 나들이에 나선 김민휘(26·CJ대한통운)도 이한구(28)를 3홀차로 가볍게 누르고 32강에 진출했다. 그는 PGA 시즌 초반 6개 대회 연속 커트 탈락을 하는 등 극심한 부진에 빠졌지만 최근 두 개 대회 연속 커트 통과에 성공했고 반등을 노리고 있다. 특히 김민휘는 지난 4일 PGA투어 메모리얼 토너먼트4라운드에서 타이거 우즈(미국)와 동반 플레이를 하며 공동 29위를 차지했다.

‘디펜딩 챔피언’ 김승혁(32)은 김민수를 3홀 차로 꺾고 32강에 진출했다. 그는 이번주 KPGA 코리안투어 최초로 매치플레이 2연패를 노리고 있다. 또 지난해 6연승을 거둔 데 이어 홍순상(37)이 가지고 있는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인 11연승에도 도전한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