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그룹, 男골프 氣살리기 '힘찬 티샷'
경기 이천의 블랙스톤CC는 까다롭기로 정평 나 있다. 바람까지 거셀 경우 정상급 프로 골퍼들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기 일쑤다.

‘블랙스톤의 제왕’을 가리는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 투어 KB금융리브챔피언십이 31일 막을 올렸다. 이 대회는 올해 창설됐다. 스포츠 사회공헌에 공을 들여온 KB금융그룹과 KPGA가 침체된 남자골프의 부활을 위해 총상금 7억원(우승상금 1억4000만원)을 내걸었다. KB금융 관계자는 “남자프로골프대회를 지속적으로 후원할 예정”이라며 “KB금융리브챔피언십이 대한민국 스타 선수의 산실이 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총 144명이 초대 챔피언 자리를 놓고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열린 KPGA 코리안 투어 4개 대회 우승자 중 일본 대회 출전을 위해 빠진 박상현(GS칼텍스매경오픈)을 제외하고 전가람(DB손해보험프로미오픈), 권성열(SK텔레콤오픈), 이태희(제네시스챔피언십)가 모두 출전했다. 제네시스챔피언십에서 3년 만에 통산 2승을 달성한 이태희는 2주 연속 우승을 노리고 있다. 미국 LPGA 투어 볼빅챔피언십 우승자인 이민지(호주)의 친동생 이민우도 아마추어 자격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장승보, 정찬민, 최호영, 김동민 등 아마추어 골프 국가대표 4명도 나와 형님들과 샷 대결을 펼친다. 아마추어 선수들은 오는 8월 열리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의 메달 가능성을 가늠할 기회다.

협회는 이번 대회가 모처럼 불길이 일고 있는 남자대회의 인기를 한 차원 증폭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협회에 따르면 올 시즌 열린 4개 대회 중 3개 대회의 갤러리 수가 최저 776명에서 최고 3954명까지 늘었다. ‘호랑이 사냥꾼’ 양용은이 일궈낸 8년 만의 우승(일본 JGTO 더크라운스), 최경주 위창수 등 노장들의 투혼(SK텔레콤오픈), 5타 차를 극복하고 국내 최대 규모 상금 대회(15억원)에서 우승한 이태희의 ‘인생 역전’(제네시스챔피언십) 등 국내 남자골프의 흥행 불씨를 이번 대회가 살려가리라는 전망이다.

KB금융 측은 흥행 도미노를 이어가기 위해 볼거리, 즐길거리를 다채롭게 마련했다. 대회장 서코스 17번홀에 설정한 ‘KB리브 존(Liiv Zone)’에 선수들의 공이 들어올 때마다 100만원을 적립해 최대 총 1억원을 남북하나재단의 새터민 청소년 장학 사업에 기부할 예정이다.

갤러리는 입장할 때 받은 스크래치 복권을 통해 에코 골프화, 핑 G400 아이언세트 등 경품도 탈 수 있다. 3일 시상식이 끝난 뒤에는 우승자 추첨을 통해 기아 모닝, 코지마 안마 의자 등 푸짐한 경품도 나눠준다.

이날 열린 1라운드에서는 ‘예비아빠’ 이형준이 5언더파 단독 선두에 올라 초대 챔피언 경쟁에 가장 먼저 불을 댕겼다. 이형준은 “9월에 아버지가 되고 12월에 결혼식도 올린다.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어깨가 무겁다. 올해는 좀 일찍 시동을 걸어야겠다”며 의욕을 내비쳤다. 이형준은 코리안 투어 4승을 기록 중이다.

‘작은 거인’ 염은호가 김남훈과 함께 4언더파 공동 2위로 선두 이형준을 1타 차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