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에 몸을 붕 띄운 개러스 베일(레알 마드리드·사진)의 왼발 끝에 공이 걸리는 순간. 리버풀(잉글랜드) 골키퍼 로리스 카리우스가 몸을 날렸지만 공은 이미 그가 손을 쓸 수 없는 곳으로 들어간 뒤였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역사를 통틀어 손에 꼽힐 만한 장면이 연출되자 중계진은 “베일이 몸으로 시를 썼다”고 감탄사를 내뱉었다.

베일은 이 바이시클 킥 하나로 팀을 다시 한번 유럽의 최고 축구클럽으로 올려놨다. 레알 마드리드는 27일(한국시간) 우크라이나 키예프의 NSC 올림피스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리버풀과의 단판 승부에서 결승골과 쐐기골을 넣은 베일의 활약으로 3-1로 승리했다.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지난 두 시즌에 이어 대회 전례 없는 3연패에 성공했다.

베일은 2013년 8월 토트넘(잉글랜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할 당시 8500만파운드(약 1220억원)의 이적료를 기록했다. 레알 마드리드 유니폼을 입고 올 시즌 전까지 세 번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이끌며 활약했으나 햄스트링과 발목, 엉덩이 등 잦은 부상에 시달리며 제 몫을 하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최근에는 이적설에 시달렸고 몸값이 7000만유로(약 881억원)까지 내려갔다고 평가받아 자존심을 구기기도 했다.

베일은 이날 활약으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베일의 활약 속에 레알 마드리드는 이날 승리로 우승 상금 1550만유로(약 195억원)를 벌었다. 조별리그와 준결승까지 올라오며 쌓은 누적상금과 중계권료까지 더하면 레알 마드리드는 이 우승 하나로 최소 8000만유로(약 1080억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베일은 이날 팀이 1-1로 팽팽히 맞선 후반 16분에 그라운드를 밟았다. 교체된 지 3분 만에 왼쪽에서 날아온 마르셀루의 크로스를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왼발 오버헤드킥으로 연결하며 결승골을 뽑아냈다. 경기 막판에는 중거리 슛으로 상대 골키퍼의 실수를 유도했고 쐐기골을 팀에 선물했다.

리버풀은 이날 패배와 함께 팀의 에이스 모하메드 살라가 부상을 당하는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2018 러시아월드컵에 출전하는 이집트 축구대표팀은 살라의 큰 부상으로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됐다.

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