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인비·김자영 3연승… '매치퀸 전쟁' 또 맞붙나
‘매치퀸’ 김자영2(27·SK네트웍스)가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 10연승 대기록을 세웠다. 10연승은 2008년 창설된 이 대회 최다 연승 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유소연이 2009년(우승)부터 2010년(16강 진출)까지 기록한 9연승이다.

김자영은 18일 강원 춘천시 라데나 골프클럽(파72)에서 열린 대회 조별리그 3차전에서 안송이를 한 홀 차(1UP)로 물리치고 3연승으로 16강에 진출했다. 김자영은 지난해 이 대회에서 박인비를 꺾고 우승하며 7연승을 쌓았다. 총상금 7억원인 두산매치플레이 챔피언십은 KLPGA 투어의 유일한 매치플레이 대회다. 우승하면 1억7500만원을 받는다.

김자영과 안송이의 승부는 후반에 갈렸다. 첫 홀을 안송이에 내주며 끌려가던 김자영은 세 번째 홀과 여섯 번째 홀을 잇달아 따내 분위기 반전에 성공한 뒤 마지막 홀을 비기면서 승리를 확정 지었다. 김자영은 앞서 1, 2차전에서 홍진주와 임은빈을 제압했다. 김자영은 “일요일까지 살아남아 작년처럼 박인비 언니와 결승에서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2010년 KLPGA 투어에 데뷔한 김자영은 통산 4승 가운데 매치플레이 대회가 2승이나 되는 매치플레이 강자다. 두산 매치플레이 챔피언십에서만 2승(2012, 2017년)을 올렸다. 경기에 집중할 때면 표정 변화가 없어 ‘얼음공주’라는 별명이 붙었다. 김자영은 이번 대회에서 대회 첫 2연패와 첫 3회 우승을 동시에 노리고 있다.

세계 랭킹 1위 박인비도 이날 정연주를 꺾고 파죽의 3연승으로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1차전에서 최혜용을 2홀 차로, 2차전에서 최유림을 역시 2홀 차로 따돌렸다. 이에 따라 지난해 결승전에서 만난 김자영과의 리턴매치 가능성도 점점 커지고 있다.

박인비는 전반에 정연주에게 3홀 차로 앞서며 일찌감치 승리를 예감했다. 정연주는 후반 첫 홀을 따내는 등 거센 추격전을 벌였지만 결국 ‘골프여제’의 흔들림 없는 기세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박인비는 이날 날카로운 퍼트와 어프로치로 경기 전반을 지배했다. 3홀 차로 앞서던 16번홀에서는 20m에 가까운 긴 퍼트를 홀에 그대로 꽂아 넣었다. 박인비는 16강전에서 김혜선2를 상대로 8강 진출을 노린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19승(메이저 7승)을 올린 박인비는 2008년 KLPGA 투어에 입회했지만 아직 한 번도 국내 대회 우승컵을 들어 올리지 못했다. 박인비는 “아이언 샷 거리감이 들쭉날쭉해 좀 더 보완할 계획”이라며 “체력 관리를 잘해 꼭 8강에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슈퍼루키 최혜진(19)도 생애 처음 출전한 매치플레이 대회에서 쾌조의 3연승으로 16강에 올랐다. 소속사 선배 하민송(22)에게 기권승을 거뒀다. 최혜진은 초반부터 하민송을 몰아붙였고, 9번홀까지 6홀 차로 앞서자 하민송이 백기를 들었다. 최혜진은 1, 2차전에서 역시 소속사 선배인 장수연과 김현수를 제쳤다. 최혜진은 “날씨가 쌀쌀해진 탓인지 어제보다 플레이는 좋지 않았지만 (하)민송 언니가 초반부터 실수를 거듭한 덕에 수월하게 경기가 풀렸다”고 말했다. 최혜진은 ‘대어’ 이정은6을 낚고 16강에 진출한 박소연과 맞붙는다.

김아림 김해림 최은우 정슬기 박채윤 박주영 이선화 이승현 김보경 안나린 등도 16강에 올랐다.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장하나는 3차전에서 박성원을 3홀 차로 따돌렸지만 전날 김수지에 덜미가 잡힌 탓에 조 3위로 16강 진출이 좌절됐다. 김지현, 김지현2, 오지현, 이지현2 등 ‘4지현’도 모두 탈락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